사형은 법률상 존재하는 형벌이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극히 제한적으로 선고된다. 가족 5명을 살해한 중대 범죄에서도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택한 가운데, 검찰이 사형 선고 필요성을 주장하며 항소에 나서면서 양형 기준과 판단 기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모씨 사건과 관련해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1심에서 구형했던 사형 선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은 극히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로 통상적인 가족 간 범죄와는 비교할 수 없다”며 “부모와 배우자, 자녀까지 살해한 중대한 범죄인 만큼 최고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수원지법은 지난달 28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계획성과 피해 규모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형 선고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처럼 가장 무거운 형이 요구된다는 점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최극형인 만큼 그 선고에는 극도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해 남은 생을 참회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형을 선고해야 할 정도의 특별하고 완벽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사건 당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20대와 10대 두 딸을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큰딸은 해외 유학 중 잠시 귀국한 상태였으며, 둘째 딸은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이씨는 광주광역시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사형같은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을 내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원은 사형 선고 기준에 비춰 무기징역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사형이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대법원은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85도926 판결).
또 사형 선고 여부를 판단할 때는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범인의 나이와 성장 과정, 전과 여부, 범행 동기와 계획성, 범행 방법의 잔혹성, 피해자 수와 피해 결과의 중대성, 범행 후 태도와 반성 여부, 재범 위험성 등 모든 사정을 종합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형이 선고됐다가 상급심에서 파기된 사례도 있다. 2023년 대법원은 교도소 내 살인 사건에서 원심의 사형 선고가 양형 판단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선고 2023도2043).
당시 재판부는 “사형 선고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인간의 생명을 국가가 직접 박탈하는 극단적인 조치로 법원의 신중한 양형 판단 필요성이 다른 형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충분히 비교하지 않은 채 사형을 선택한 것은 사형 선택 기준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으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의 항소로 해당 사건은 수원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될 전망이다. 항소심에서는 사형 선고 기준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무기징역으로도 형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