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로 인해 도배·장판 교체나 가구 파손 등 원상복구 비용이 발생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윗집에서 발생한 누수로 아랫집이 여러 차례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보상은 어떻게 될까.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민사9단독(이유진 부장판사)는 아랫집 소유주 A씨가 윗집 거주자 B씨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 측이 A씨에게 위자료를 포함해 약 159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전주시 완산구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윗집에서 발생한 누수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곰팡이가 생긴 벽지를 교체하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가 확대됐다. 싱크대와 벽걸이 시계가 파손됐고, 집 전체로 물이 흘러내리면서 천장에 구멍이 생기고 벽 일부가 부서지는 등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윗집인 B씨 측은 누수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수리비를 지급했지만 근본적인 원인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반복된 누수로 주거 환경이 훼손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다며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재산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재산적 손해배상으로 정신적 손해도 일정 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누수 피해가 반복되고 피해 규모가 커진 경우에는 단순한 재산 피해로만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달 만에 다시 누수가 발생해 천장에 구멍이 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며 “피고가 이러한 상황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경위와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파트 누수 사건에서는 책임 주체와 원인 규명이 주요 쟁점이 된다. 윗집 전유부분의 배관이나 보일러, 욕실 방수층 등의 하자로 누수가 발생한 경우에는 소유자나 점유자의 관리·점검 소홀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가 많다.
반면 외벽이나 옥상, 공용배관 등 공용부분 하자로 누수가 발생한 경우에는 관리단이나 입주자대표회의 등 관리주체의 공작물 점유자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누수 사건에서는 원인 규명을 위해 누수 탐지나 건축 감정이 중요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배관 파손이나 방수층 균열, 확장 공사로 인한 구조 손상 등이 원인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위자료 인정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재산적 손해 배상으로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지만 재산적 손해 배상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고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선고 2002다53865).
실제로 2019년 대구지방법원은 판결에서 윗집 베란다 방수층 노후로 발생한 누수 사건에 대해 재산상 손해와 함께 위자료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는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며 “베란다 방수층 노후로 발생한 누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장기간 반복된 누수 피해를 겪었고 피고에게 원인 파악과 방지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곰팡이가 발생하는 등 주거 환경이 침해된 점을 고려하면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누수 피해가 반복되고 피해 규모가 커질수록 주거 평온 침해가 인정돼 위자료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리비를 일부 지급했더라도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거나 재발 방지 조치를 소홀히 했다면 책임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