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식대 하객 안 와도 ‘각자 계산’?…웨딩홀 ‘각보증’ 관행 확산

  • 등록 2025.09.04 09: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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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특약, 제재 장치 없어
예비부부들 “제대로 설명 없었다”

 

“신랑·신부님 ,각자 보증 인원은 못 채워도 전액 결제하셔야 합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일부 웨딩홀의 ‘각보증’ 계약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체 하객 수가 보증 인원을 충족하더라도 신랑과 신부가 각각 정해진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추가 식대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4일 제보자 A씨는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최근 경기도의 한 웨딩홀을 방문해 예식 가계약을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설명을 들었다.

 

전화 상담 당시에는 “하객을 합쳐 200명만 채우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실제 계약서를 확인하니 신랑과 신부가 각각 100명씩 보증 인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각보증’ 방식은 결혼식 식대 보증 인원을 신랑과 신부가 따로 나눠 책임지는 계약 구조다. 일부 웨딩홀에서 이 같은 조건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예비부부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예컨데 식대 보증 인원이 총 200명이고 신랑과 신부가 각각 100명씩 책임지기로 계약했다고 가정하자. 결혼식 당일 신부 측 하객이 150명, 신랑 측 하객이 50명 참석했다면 실제 하객 수는 200명이다.

 

그러나 각보증 계약이 적용되면 신부는 150명분, 신랑은 약속된 보증 인원인 100명분을 각각 계산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총 250명분의 식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A씨는 계약 조건이 불합리하다고 느꼈지만 예식장 위치와 주차 여건, 식사 품질, 홀 분위기 등을 고려해 계약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웨딩홀 측은 통상 결혼식 약 3~4주 전에 최종 하객 수를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각보증 조항이 계약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점이다. 일부 예비부부들은 계약 이후 뒤늦게 해당 조건을 알게 됐다고 토로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억울해서 글을 올린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웨딩홀 직원이 전화로 결제를 반반으로 할 것이냐고 물어 동의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각보증 계약 변경이었다”며 “사전에 설명도 없었고 수정된 계약서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해당 예비부부는 실제로 참석하지 않은 하객 10명분의 식권 비용을 추가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약 방식에 대해 예비부부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A씨는 “웨딩홀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만든 방식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2월 결혼을 준비 중인 또 다른 예비 신부 B씨도 “예비부부 돈을 빼가기 위한 상술처럼 보인다”며 “이런 계약 방식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웨딩홀 측은 계약 방식 선택은 예비부부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한 웨딩홀 관계자는 “식대를 신랑과 신부가 각각 부담할지 합산해 계산할지는 계약 과정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다”며 “반드시 절반씩 나눌 필요도 없고, 보증 인원 역시 협의해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제도상 이러한 계약 방식을 직접 규제하는 별도의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웨딩 관련 표준 약관에는 각보증 계약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한 별도 통계는 집계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가 접수될 경우 개별 분쟁 조정 절차를 통해 해결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계약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각보증 조항은 예식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특약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내용은 계약 체결 전에 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설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계약 당시 해당 조항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고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피해가 발생했다면 계약서나 상담 녹취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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