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들면 단순 폭행 아니다”…아파트 관리소장 실형, ‘특수상해’ 기준은

  • 등록 2025.09.04 14: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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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사용 여부 따라 상해·특수상해 갈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들고 폭력을 행사하면 단순 폭행이나 상해가 아니라 ‘특수상해’가 적용될 수 있다. 흉기 사용 여부에 따라 벌금형이 가능한 범죄가 실형 중심 범죄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흉기를 들고 위협하며 폭력을 행사한 관리소장 A씨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관리사무소를 그만두겠다고 밝힌 직원 B씨와 이를 두고 항의한 C씨, 분쟁을 말리던 D씨에게 흉기를 들고 위협한 뒤 발로 얼굴을 가격하는 등 폭력을 행사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에게 폭력 전과가 여러 차례 있었고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직원에게 이른바 갑질을 하다가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회칼로 위협해 상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이후 피해자에게 지위를 이용해 피해 사실을 축소해 진술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말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흉기를 휴대해 상해를 가한 행위가 ‘특수상해’로 인정됐다. 형법 제257조는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상해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일반 상해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반면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를 가한 경우에는 형법 제258조의2에 따라 특수상해가 성립한다. 특수상해의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으로 벌금형 선택이 없는 중한 범죄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한 물건’은 반드시 칼과 같은 흉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범행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물건이면 넓게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도 위험한 물건의 사용 여부를 폭넓게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위협한 행위에 대해 실제로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특수협박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선고 2023도3673).

 

하급심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2023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주민이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철제 의자를 휘두르고 식칼을 들고 협박한 사건에서 특수폭행과 특수협박이 인정됐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고려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흉기를 사용한 폭력 사건의 경우 범행 수단과 전과 여부, 범행 이후 태도 등이 양형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흉기를 사용한 폭력 사건은 단순 폭행과 달리 특수범죄로 판단돼 형량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며 “범행 수단과 피해 정도, 범행 이후 태도 등이 실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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