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 방안을 두고 법조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공소유지 책임을 지는 검사가 송치 사건의 증거 공백을 직접 보완할 수 없게 될 경우 형사사법 절차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수사·기소 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는 형사사법 체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3일 부산고검과 부산지검을 방문해 “적법절차를 지키며 보완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의무”라며 “현재 상황에서도 또 미래에도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리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형사사법 구조에서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한 뒤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는 검사가 사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경찰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검찰이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보완수사요구권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도입됐다. 6대 범죄를 제외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대신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도 검사가 송치 사건에 대해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일부 사건에서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을 형사사법 구조 속에서 설명한 바 있다. 헌재는 수사권 조정 관련 사건에서 “검사는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 책임을 지는 기관으로서 송치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헌재 2022헌마990).
검찰 내부에서는 직접 보완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공소 유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수사 이후 기록에 공백이 생겼을 때 검사가 이를 직접 보완하지 못하면 기관 간 절차가 반복되면서 사건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압수수색이나 참고인 조사처럼 신속성이 요구되는 단계에서는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증거 확보가 지연돼 공소 제기나 공소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제도 변경이 현실화될 경우 사건의 진실 규명 과정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공개적인 의견 표명이 이어졌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국회 공청회에서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면 검찰이 간판만 바꾼 채 수사권을 유지하게 된다”며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송치된 구속 사건에서 보완수사가 남용됐다는 사례가 있느냐”며 “보완수사권 폐지는 형사사법 체계를 흔드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현직 검사들의 우려도 이어졌다.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경찰 수사 기록만으로 공소를 유지하라는 것은 검사 제도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지혜 제주지검 검사도 “수사 개시권 축소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보완수사권 폐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 측은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최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없애고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이 단순한 권한 조정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 수사 이후 사건의 법률적 평가와 증거 보완 기능이 약화될 경우 공소 유지와 재판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검찰개혁 논의가 제도 취지와 실제 형사사법 운영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기관 권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형사사법 절차와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실상 수사권 유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송치 사건을 명분으로 검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할 경우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수사권 배분 문제와 관련해 “수사와 소추 기능을 어느 기관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형사사법 정책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21헌마795).
실무에서도 검사의 보완수사 범위는 제한된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33조는 검사가 송치 사건을 수사할 경우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완수사가 별건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하급심 판결에서도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된 경우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경찰의 1차 수사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등을 통한 상호 견제 구조를 형사사법 체계의 기본 구조로 설명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22도10256).
법조계에서는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이 단순한 권한 조정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 체계의 균형과 관련된 문제라고 보고 있다. 검사가 공소 유지 책임을 지는 구조에서 증거 공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동시에 검찰의 수사 확대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제도 설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더라도 사건 처리 지연을 막기 위한 절차와 통제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