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차단해도 성적 멘션 글은 범죄 성립…대법 ‘도달’ 넓게 해석

  • 등록 2025.09.08 12: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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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벌금→2심 무죄→대법 파기환송
객관적 확인 가능 상태면 범죄 성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상대방 계정을 차단한 상태라 하더라도 멘션 기능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글을 게시했다면 처벌될 수 있을까.

 

대법원이 "피해자가 실제로 글을 읽었는지와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였다면 ‘도달’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SNS에서의 성적 모욕 게시글이 피해자에게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씨는 2023년 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서 피해자 B씨 계정을 멘션(아이디 언급)하며 “성고문하자” 등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표현이 담긴 게시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당시 피해자가 이미 A씨의 계정을 차단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게시글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고 피해자는 이후 스스로 A씨 계정을 검색해 게시글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특정인을 지목하는 멘션 기능을 사용해 성적 모욕 표현을 게시한 이상 피해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인정된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차단해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고 별도로 검색하지 않는 이상 게시글을 인식하기 어려웠다며 “피해자의 지배권 내에 들어왔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말하는 ‘도달’의 의미를 실제 인식 여부보다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보호하고 원하지 않는 성적 표현을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달이란 상대방이 실제로 내용을 확인했는지와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특정해 멘션 기능을 사용해 게시글을 올렸고 해당 게시글은 계정을 검색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피해자가 이후 검색을 통해 게시글을 확인했다는 사정에 대해서도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며 도달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 규정된 범죄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나 인터넷 등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전 판례에서도 같은 취지의 해석을 제시해 왔다. 2017년 대법원은 음란한 링크를 전송해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면 실제로 열어보지 않았더라도 도달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하급심에서는 게시글 구조와 접근 가능성에 따라 도달을 부정한 사례도 있다. 특정 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뿐 피해자가 직접 찾아 클릭하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도달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SNS 사건에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립 여부는 ▲피해자를 특정해 전달하려는 행위인지 ▲게시글 접근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계정 공개 범위나 알림 기능 등 기술적 구조가 어떠한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SNS에서 특정인을 지목해 성적 모욕 표현을 게시하는 경우 상대방이 실제로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범죄 성립이 문제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예준 기자 cotn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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