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뒤 다시 범죄…법원 ‘누범기간 범행’ 판단 기준은

  • 등록 2025.09.08 13: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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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말다툼 끝 흉기 공격…살인미수 인정
출소 직후 범죄 반복…법원 “재범 위험성 고려

 

형을 마치고 출소한 뒤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누범 기간 범행’은 형사재판에서 매우 불리하게 평가된다. 특히 흉기를 이용한 폭력 범죄의 경우 살해 의도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며, 법원은 범행 당시 발언과 공격 방법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 판단한다.

 

최근 공무집행방해죄로 복역했다가 출소한 지 5개월 만에 지인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형사2부(재판장 허양윤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올해 2월 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노래방에서 지인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오전부터 술을 마신 상태였고, 노래방 업주에게 명절 인사를 하러 온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여기 왜 왔느냐”고 묻자 B씨가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답했고, 이에 격분한 A씨는 “다 죽인다”고 외치며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B씨가 강하게 저항하며 흉기를 빼앗아 실제 살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수사 결과 A씨는 범행 직전 같은 노래방에서 다른 손님의 얼굴을 술병으로 때린 혐의로 입건돼 있었으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8개월을 복역한 뒤 출소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행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겁을 주기 위해 흉기를 들었을 뿐 실제로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살해의 고의를 부인했다.

 

피고인이 살해 의도를 부인하는 경우 형사재판의 핵심 쟁점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특히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다.

 

법원은 살인미수죄의 고의가 반드시 계획적 살해 의도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나 위험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범행 경위와 동기, 흉기의 종류와 사용 방법, 공격 부위와 횟수, 사망 결과 발생 가능성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11도11597 판결 등).

 

실제 판례에서도 흉기를 사용해 반복적으로 공격한 경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24년 인천지방법원은 연인을 상대로 부엌칼을 이용해 어깨와 팔 부위를 여러 차례 찌른 사건에서 “목이나 가슴과 가까운 부위에 대한 공격은 자칫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충분하다”며 살인미수죄를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용된 흉기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적어도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보다 범행 당시 객관적 정황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고 폭력 범죄 전력도 여러 차례 있다”며 “준법 의식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하면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1심에서 선고된 징역 3년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법무법인 민 유정화 변호사는 “형법 제35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을 마친 사람이 일정 기간 안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를 ‘누범’으로 보고 형을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재판에서는 판결문 ‘법령의 적용’ 부분에 형법 제35조와 제42조 단서를 근거로 누범가중이 명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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