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를 차량에 강제로 태워 이동시키고 음주 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한 30대 남성이 납치감금치상과 스토킹,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되면서 여러 범죄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처벌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8일 A씨를 납치감금치상과 스토킹,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시 30분쯤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원룸에서 전 여자친구 B씨를 차량에 강제로 태워 이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이후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편의점 앞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3시 30분쯤 광주 서구 상무지구 노상에서 긴급체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했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그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으로 이미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으며 차량은 렌터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처럼 하나의 사건에서 여러 범죄가 동시에 문제되는 경우 수사와 재판에서는 각 범죄의 성립 여부를 따로 판단한 뒤 ‘경합범’ 구조에 따라 처벌이 결정된다.
우선 강제로 차량에 태워 이동시키는 행위는 형법상 ‘감금’ 또는 ‘감금치상’이 문제될 수 있다. 피해자가 자유롭게 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형성되면 시간이나 이동 거리와 관계없이 감금이 성립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상해가 발생하면 결과적 가중범인 감금치상이 인정될 수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2021년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은 피해자를 넘어뜨리고 팔과 머리채를 잡아 차량에 강제로 태운 뒤 약 2분 동안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사건에서 감금치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차량에 강제로 태워 일정 시간 벗어나지 못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며 감금치상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는 스토킹 범죄도 함께 문제될 수 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고 연락하는 행위 등을 반복해 피해자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일으키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혼한 전 배우자를 반복적으로 찾아가 협박하고 주거에 침입한 사건에서 스토킹 범죄와 협박, 주거침입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찾아가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반복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도 동시에 문제된다. 도로교통법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음주 상태에서 무면허로 운전했다면 하나의 운전 행위가 두 개의 범죄에 동시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법률적으로는 ‘상상적 경합’이 적용된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두 개 이상의 범죄 구성요건에 동시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감금이나 스토킹, 음주운전처럼 서로 다른 행위가 이어져 발생한 경우에는 ‘실체적 경합’이 된다. 실체적 경합은 여러 개의 독립된 범죄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경우로 법원은 각 범죄를 모두 인정한 뒤 가장 무거운 범죄를 기준으로 형량을 정한다.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판부는 스토킹, 특수협박, 주거침입이 동시에 문제된 사건에 대해 “각 범죄는 보호법익과 행위 태양이 서로 달라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복합 범죄 사건에서는 어떤 범죄가 가장 중한 범죄인지가 형량 결정의 핵심 기준이 된다. 예컨대 감금치상이 인정될 경우 그 자체로 법정형이 무거워 전체 형량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가 차량에 자발적으로 탑승했는지, 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상해가 감금 과정에서 발생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된다. 스토킹 범죄에서는 반복성과 피해자의 공포심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김형민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는 감금 여부와 스토킹의 반복성, 음주·무면허 운전 사실 등이 각각 판단된 뒤 경합범 규정에 따라 전체 형량이 결정되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