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직후 신생아를 방치하는 행위는 단순한 양육 문제를 넘어 생명 보호 의무와 직결된 중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신생아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례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자택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재범 예방 교육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출산 직후 신생아를 구조하지 않고 장시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친모에게 아동학대치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신생아는 스스로 생존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친모에게 즉시 구호 조치를 취해야 할 보호 의무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충남 아산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필요한 보호나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출산 과정에서 신생아가 변기에 빠졌지만 A씨는 아이를 건져낸 뒤에도 응급조치나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신생아는 약 4시간이 지난 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출산 직후 보호자로서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기치 못한 출산 상황으로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신생아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출산 직후 신생아를 방치하는 행위는 형법상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유기를 “부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호 없는 상태에 두어 생명이나 신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버리는 적극적 행위뿐 아니라 보호자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부작위’(방치) 역시 유기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질 수 있다.
2024년 서울동부지법은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를 베란다에 약 11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숙아인 피해자를 장시간 방치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병원 이송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장시간 방치했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해 즉 아동학대살해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아동학대살해의 범의는 반드시 계획적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사망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출산 직후 신생아 방치 사건에서는 ▲친모에게 보호 의무가 인정되는지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행위가 유기·방임에 해당하는지 ▲방치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는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즉시 구호 조치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안 변호사는 “신생아가 위험한 상태에 있을 때 119 신고나 병원 이송 등 최소한의 구조 조치를 했다면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장시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아동학대치사 또는 아동학대살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