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임금 체불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형사재판에서의 보석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등법원 제2-3형사부(재판장 박광서, 김민기, 김종우)는 지난 1일 박영우 전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여행 시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해외 출국이 필요한 경우 보증금 1억원을 납부하도록 했다.
박 전 회장은 2020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 위니아전자 근로자 738명의 임금과 퇴직금 약 398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계열사 자금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계열사 자금 18억원을 들여 회사 내부에 전용 공간을 조성하고 약 105억원을 사용해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별장을 신축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다른 기업 인수를 위한 증거금 320억원을 계열사 자금으로 납부한 의혹도 제기됐다.
1심 재판부는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임금 체불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위반 일부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박 전 회장 측은 지난 5월 보석을 신청하며 “피고인이 암 투병 중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고 1년 3개월 이상 수감 생활을 이어오며 신체적으로 크게 쇠약해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후 구속기간이 만료되면서 보석 신청이 인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석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일정한 보증금 납부나 주거 제한 등 조건을 붙여 구속 상태를 해제하고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 제95조는 피고인의 보석 청구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도록 하면서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가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할 때 보통 주거 제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서약, 보증금 납부, 출국 제한 등의 조건을 함께 부과한다. 피고인이 이러한 조건을 위반하거나 도주할 경우 보석은 취소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02조는 피고인이 도망했거나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커진 경우 법원이 보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석 조건을 위반하면 보증금이 몰수될 수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는 위반에는 과태료나 감치 처분도 가능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보석 허가율은 30%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보석 허가율은 29.3%로 집계됐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27%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39.5%, 2015년 38.0%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법조계에서는 보석 제도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구속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활용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건 관리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회장의 항소심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