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한 행위가 어디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신설된 공공장소 흉기소지죄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퇴사한 직장에 앙심을 품고 흉기를 준비한 60대 남성이 법정에 섰다.
광주지방법원 형사7단독 김소연 부장판사는 9일 살인예비와 공공장소 흉기소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67)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전남 나주시에서 여러 종류의 흉기를 구입한 뒤 차량에 보관하며 이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7월에는 나주 지역 한 요양병원을 찾아가 흉기를 지닌 채 건물 주변을 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과거 이 병원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인물로, 검찰은 퇴사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흉기 소지 이유와 관련해서도 “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의 행위가 살인예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법원은 그동안 살인예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한 결심이나 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봐왔다. 흉기 준비나 범행 장소 탐색 등 객관적으로 범행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외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급심 판례에서도 흉기를 준비한 뒤 피해자의 주거지나 직장 인근을 찾아가 배회하거나 피해자를 찾는 행위 등이 살인예비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2021년 수원고등법원은 흉기 준비와 함께 피해자 소재지 탐색 행위가 결합된 경우 예비행위로 판단된 바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살해 목적을 부인하는 경우 범행 동기와 준비된 흉기의 종류, 피해자 소재지 탐색 여부 등 전후 사정을 종합해 고의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찾아가거나 주변을 배회한 정황은 단순 소지보다 범행 준비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장소 흉기소지 혐의 성립 여부도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형법 제116조의3은 정당한 이유 없이 도로·공원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고 이를 드러내 공중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최근 잇따른 흉기 범죄로 사회적 불안이 커지자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올해 4월 신설됐다.
재판에서는 요양병원 주변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먼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A씨가 흉기를 실제로 외부에 드러내 공포심을 유발했는지 여부도 주요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재판부는 향후 증인신문 등을 거쳐 사건 경위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사건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비대면 또는 비공개 방식의 재판 진행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피고인과 대면해 진술할 경우, 심리적 부담으로 정신적 평온을 현저히 잃을 우려가 있는 경우 영상 중계장치나 차폐시설을 이용한 증인신문을 허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에 따른 차폐시설 설치 증인신문 제도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향후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적용 여부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