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 수준에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입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직접 설명할 전망이다.
10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대주주 요건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방안이 공개된 뒤 투자자 반발과 증시 하락 등 시장 반응이 이어지면서 정책 방향을 다시 검토한 끝에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며 정부가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이 최근 야당 대표와의 오찬 자리에서도 해당 사안을 다시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자본시장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삼고 있으며 시장의 우려와 국민 의견을 함께 살피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이달 2~4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7%로 가장 높았다. 10억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27%, 의견을 유보한 응답은 26%였다. 기준을 낮출 경우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2.1%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에서 말하는 ‘대주주 기준’은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상장주식 양도소득을 원칙적으로 과세하지 않지만 일정 규모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양도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주주 범위의 구체적인 기준은 소득세법이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현재 소득세법 시행령은 한 종목의 주식 보유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등을 대주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상장주식을 이용한 변칙 증여를 방지하고 부동산 등 다른 자산과의 과세 형평을 맞추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된 것으로 평가된다.
헌법재판소도 대주주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한 구조가 조세법률주의나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헌재는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기준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 법정에서는 대주주 여부를 둘러싼 여러 쟁점이 반복적으로 다뤄져 왔다. 대표적으로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의 적법성, 시가총액 산정 기준, 우선주 포함 여부 등이 주요 분쟁 대상이 된다.
하급심 판례에서는 대주주 판단 과정에서 보통주뿐 아니라 우선주도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출 경우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특히 연말 기준 시가총액에 따라 대주주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매도 시점이나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기준이 유지될 경우 당장 과세 대상 확대에 따른 시장 충격은 줄어들 수 있지만 대주주 과세 범위가 좁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 논쟁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