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만에 무죄…성폭행범 혀 깨문 최말자씨, 정당방위 인정

  • 등록 2025.09.10 15: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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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중상해 혐의로 징역형 선고·6개월 구금
“피해자 보호 못해”…검찰, 사과하며 무죄 구형

 

성폭행 위협에 맞서 저항했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처벌받았던 19세 소녀가 6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과거 사법체계가 외면했던 여성의 정당방위가 뒤늦게 인정된 것이다.

 

10일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중상해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과거 판결을 뒤집고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9세였던 최씨는 귀가하던 길에 20대 남성 A씨에게 성폭행을 시도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가 강제로 입을 맞추는 과정에서 최씨의 입 안으로 혀가 들어왔고 최씨는 이를 막기 위해 혀를 깨물어 약 1.5cm가량 절단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기관은 이를 성폭력 피해 상황에서의 방어 행위가 아닌 상해 범죄로 판단했다. 최씨는 사건 직후 구속돼 약 6개월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고, 이후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2020년 시민단체 도움으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과 2심에서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의 흐름을 바꾼 것은 불법 구금 문제였다. 최씨 측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영장 없이 장기간 구금됐다는 점을 재심 사유로 제시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이러한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판결을 다시 다투게 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재심 절차는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와 이후 다시 사실관계를 심리하는 재심 공판 단계로 나뉜다.

 

재심 사유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 ▲수사나 재판에 관여한 공무원이 직무범죄를 저지른 경우 등이 있다.

 

실제 법원도 과거 사건에서 불법 구금이나 고문 등 위법 수사 정황이 확인될 경우 재심을 허용해 왔다.

 

2023년 제주지방법원은 제주4·3 사건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재심 제도는 법적 안정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확정된 유죄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비상구제 절차”라며 “수십 년이 지난 사건의 경우 기록이 소멸된 책임을 재심 청구인에게 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영장 없이 연행되고 조사 과정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수사 과정에서 직무범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와 제422조에 따라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확정판결 없이도 증명된 경우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최씨 사건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불법 구금 정황이 재심 개시의 핵심 사유로 작용했다.

 

재심 공판에서 검찰도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한 대응으로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구형했고, 당시 국가기관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재판부 역시 최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중상해를 가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혀를 깨문 행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국가 보상 절차도 가능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심 등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되고 그 사건으로 구금된 사실이 있을 경우 국가는 해당 구금 기간에 대해 형사보상을 해야 한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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