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개문 후 안내 없이 압류…인권위 “주거의 자유 침해 소지”

  • 등록 2025.09.10 16: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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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절차적 최소침해 원칙 지켜야’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거주하는 주택에서 강제 개문을 통해 압류가 이뤄진 사례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거의 자유 침해 소지를 지적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 원칙이 실제 집행 과정에서 어디까지 적용되는지가 문제로 제기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거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은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개별 법률을 통해 절차와 한계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으며 국가기관이 주거에 출입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할 때에도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이 같은 원칙은 강제집행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집행관이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는 경우에도 주거 침해는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충족해야 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기준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를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 침해구제1위원회는 집행관 A씨가 유체동산 압류 집행 과정에서 절차상 주의 의무를 충분히 지키지 않았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거주 중인 주택에서 압류 집행이 이뤄지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채무자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한 상태였다. 그러나 집행관은 채권자가 제출한 주민등록 자료 등을 근거로 해당 주택을 방문해 문을 강제로 열고 압류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실제 거주자였던 B씨는 자신의 집 문이 강제로 열렸음에도 별도의 설명이나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집행관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채권자가 제출한 주민등록초본의 발급 시점과 채무자의 전출 시점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유체동산 압류 집행은 채권자 보호 필요성 때문에 사전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강제 개문과 같은 집행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접 연결되는 국가권력 행사인 만큼 보다 엄격한 절차가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집행관이 채무자의 실제 거주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강제로 열었고, 개문 이후에도 현장에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방식은 주거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집행관은 강제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채무자의 주거 등을 수색하거나 잠긴 문을 열 수 있다. 저항이 있을 경우 경찰의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권한은 무제한이 아니다. 집행관은 원칙적으로 먼저 채무자나 점유자에게 문을 열도록 촉구해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만 직접 개문하거나 열쇠업자 등을 통해 문을 열 수 있다.

 

또 집행 과정에서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장 손해가 적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집행 원칙이다.

 

법원도 제3자가 실제 거주하는 주택에서 채무자를 상대로 강제집행이 이뤄진 경우 집행을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인천지방법원은 채무자의 시어머니가 거주하며 사용하던 가전제품 등에 대해 채무자를 상대로 한 강제집행을 진행한 사건에서 “해당 물건은 제3자의 소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집행을 불허했다.

 

인권위는 강제 개문 자체가 주거의 자유와 직접 관련된 강제력 행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헌법은 주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기본권 제한 역시 법률에 근거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과잉금지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위는 특히 덜 침해적인 방법이 가능한 상황에서 곧바로 강제 개문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전화 연락이나 우편 송달 등을 통해 사전 안내를 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또 강제 개문 이후에도 집행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이나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점은 침해 정도를 더욱 키웠다고 봤다. 실제 거주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집행 사실과 절차를 알리는 최소한의 안내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유체동산 압류 집행에서는 채무자에게 압류 사유를 통지하도록 한 규정도 존재한다. 이러한 통지는 채무자와 이해관계인이 집행 절차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절차적 장치로 평가된다.

 

인권위는 "집행 과정에서 채무자의 실제 거주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압류 신청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사건의 경우 최신 주민등록 자료 등을 통해 거주 상황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집행관도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압류 집행 신청 접수 후 1개월 이상 경과한 사건의 경우 채권자로부터 최신 주민등록초본을 다시 제출받도록 하고 현장에서 거주 여부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는 안내문을 통해 집행 사실을 알리는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법원행정처장에게 집행관 교육을 강화하고 이번 사례를 공유해 유사한 인권 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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