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연인 살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임박하면서 중대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과 사법부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큰 가운데 형량 적정성을 둘러싼 판단이 주목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오전 10시 10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 사건의 선고기일을 연다.
최씨는 지난해 5월 연인이던 A씨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으로 불러낸 뒤 흉기를 사용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 두 사람은 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2월부터 교제를 시작해 약 두 달 뒤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모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교제를 반대했다. 검찰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범행의 중대성을 이유로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살해됐고 유족의 고통이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사형 선고에 이르기까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더 높아졌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결과와 책임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0년과 함께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을 통해 최씨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대법원이 형량 문제를 어느 범위까지 심리할 수 있는지다.
형사소송법 제383조에 따르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법령 위반 등 법률 문제만을 심리하는 법률심이다. 다만 피고인에게 사형·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형이 심히 부당하다’는 양형부당 주장도 상고 이유로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도 이와 관련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16도18368).
따라서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형량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이 제도상 가능하다. 다만 실제로 원심을 파기하려면 단순히 형이 무겁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반면 검사는 원칙적으로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만으로는 상고할 수 없다. 형사재판에서 양형부당 상고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제도로 보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과거에도 양형 판단 과정에서 중요한 정상사유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원심을 파기한 사례가 있다. 예컨대 살인 사건에서 사형 선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정상에 대한 심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판례도 존재한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2심이 선고한 징역 30년 형량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양형 판단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