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일기 (1) : 평범한 아침

  • 등록 2025.09.24 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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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비로소 시작되는 하루
패키지여행 같던 일정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나는 아침에 동네 헬스장을 방문해 간단한 운동을 한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사무실로 출근하는 게 일상이다. 공직에 있을 때는 출근길 차 안에서 항상 뉴스를 틀어놨지만 지금은 주로 팝이나 가요 같은 음악을 듣는다.

 

왕복 8차선을 지나 사무실 건물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에 버튼을 누르면 비로소 변호사로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버튼을 누른 것 같다.

 

사무실에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음악을 틀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창밖 너머로 검은색 블랙박스처럼 생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도 보인다. 늘 같은 건물이었을 터인데 최근 검찰권이 약화되면서 어쩐지 과거보다 건물이 작아져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요즘 나를 보면 첫 마디가 대개 “변호사 되니 좋아?”이다. 나는 “자유여행을 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대답한다. 공직에 있을 때는 실제보다 더 반듯한 사람인 양 신뢰 받았었다.

 

일은 마치 패키지여행의 일정표처럼 세세하게 정해져 있었다. 공직 생활을 하며 구사할 수 있는 선택지는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음악 선율처럼, 화가가 붓을 들고 캔버스 위에서 구사하는 색조처럼 다양하고 풍부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침대에 묶어 놓고 몸이 침대보다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리던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가 된 것 같았다.

 

(다음 화에 계속)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정재민 변호사 CHDW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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