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성실하다', '내 사건에 관심이 없고 잘 안 챙기는 것 같다', '열심히 안 한다', '연락도 안 된다', '처음 선임할 때와 선임한 이후가 너무 다르다'.
사람들로부터 변호사에 대한 불만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런 문제들이 변호사의 성의와 품성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변호사가 되어보니 이 문제들은 상당부분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물론 예외도 적지 않으니, 모든 경우를 일반화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 둔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들은 수임료를 받으면 로펌에 일부를 낸다. 이 돈으로 로펌은 어쏘 변호사나 비서의 월급, 사무실 임대료, 마케팅 비용, 기타 관리비를 낸다. 그리고 남은 금액의 일부를 사건을 수임해 온 변호사나 직원에게 준다. 그다음에 남은 금액을 그 일을 수행하는 변호사들이 나누는 구조다.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가 남은 금액을 가져가더라도 여기서 소득세도 공제해야 한다. 결국 주 수행 파트너 변호사조차 애초 수임료의 10%도 못 가져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대표나 파트너 변호사들은 한 달에 일정 정도의 사건을 수임해야 집에 가져갈 생활비를 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써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어쏘 변호사들에게 일이 몰린다.
1, 2년차 어쏘 변호사는 한창 일을 배워야 할 때라 일이 많은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일이 너무 몰렸다거나 파트나 변호사가 좋은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거나 하면 앞서 말한 품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쏘 변호사가 갖고 있는 사건이 100건이고, 한 달에 재판 기일이 한 번 돌아온다고 할 때, 월 20일 기준 매일 5건씩 재판이나 경찰 조사 참여 등을 다녀야 한다. 그리고 그 5건이 모두 같은 법원이나 경찰에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지방일 수도 있고, 서울이라고 하더라도 서울동부지방법원일 수도, 서울남부지방법원일 수도 있다.
일과 중 이렇게 다섯 군데씩 법원이나 경찰서를 다니면 다음 날 재판 준비는 저녁이 되어서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간단한 사건을 준비하더라도 한두 시간은 걸리고, 어떤 사건은 일주일 내내 기록을 보고 서면을 써도 시간이 모자라기 마련이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게 되면 재판 준비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30페이지는 써야 판사를 설득할까 말까 한 기일에도 23페이지짜리 서면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급조된 서면이 설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 일을 줄여도 도저히 해낼 수 없을 때는 기일 연기 신청도 한다.
그마저도 너무 시간이 촉박해서 할 수 없으면 기일에 나가서 한 번만 기일을 더 달라고 판사에게 읍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대판이 한두 달, 두세 달씩 늘어진다. 이렇게 하면 어쏘 변호사들도 고달프고 힘들다.
그렇게 혼자 버티다가 1년쯤 되면 도망가듯 이직하는 것이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뉴노멀’이 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현실을 알게 되면서 앞서 사람들이 변호사에 대해서 언급하는 불만들이 왜 생겨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다음 화에 계속)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