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정신 분석을 소재로 한 소설 『보헤미안 랩소디』를 쓰는 2년 동안 실제로 정신 분석을 받았다. 네덜란드 국제 재판소에 파견 갔을 때에도 융 계열의 분석가에게 1년 반 동안 정신 분석을 더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내가 직접 분석가가 되어 보려고 트레이닝 과정에 들어갔지만 본업으로 야근을 하는 일이 많아져서 중도에 하차했다.
정신 분석가는 내담자의 입장을 무조건 지지하며 편들거나 섣불리 내담자의 감정에 동조하지 않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내담자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윤리적으로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정신 분석가가 곁에서 지지해 주는 덕분에 내담자는 바다로 뛰어든 다이버처럼 점점 더 깊은 내면의 공간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된다(나는 이번에 길리섬에서 생애 첫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했는데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숙련된 현지인 파트너 ‘안안’이 곁에서 잘 이끌어 준 덕에 바다 밑바닥에서 거북이와 나란히 헤엄을 치기도 했다).
내담자가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분석가는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내담자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준다. 그 힘은 상대를 깊이 존중하는 가운데 적절한 반응과 지지, 애정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평가를 해 줌으로써 생겨난다.
변호사로서 상담자나 의뢰인의 입장을 들을 때 이런 정신 분석가 같은 태도가 도움이 된다. 의뢰인 중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나 어떤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없이 그저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하고 두려운 분들도 적지 않다.
자식이나 부모가 허망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본인이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자식이나 배우자가 갇히거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본인이나 가족이 중병에 걸리거나 하는 일들도 적지 않다. 그럴 때 변호사가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만으로 스스로 용기를 내기도 한다.
나는 그저 듣기만 하고 법적인 이야기를 딱히 하지도 않는다. 그냥 요즘 내가 먹은 음식이나 구경한 장소, 우리 또래들의 관심사, 재미있는 유튜브 채널 같은 것들을 말한다. 그들이 소소한 일상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물론 법률 조력을 전문으로 제공해야 하는 변호사지만 가끔 이렇게 정신 분석가의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