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에게 성범죄와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신대방팸’ 사건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4-1부(박혜선 부장판사)는 11일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도 유지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이 일부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미성년 피해자가 전 남자친구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폭행과 협박을 한 혐의(아동학대)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던 온라인 메시지와 게시글 등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해당 자료의 작성 과정에 허위 개입 가능성이 없고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정황도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의 행위가 미성년 피해자에게 신체·정신적 피해를 준 학대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의 나이와 피고인과의 관계, 범행 경위와 폭행 정도 등을 종합할 때 범행의 내용이 중하다”고 지적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기한 양형부당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15세였고 성관계를 강요받는 과정에서 협박과 폭행이 동반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으며 향후 성장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2000만원을 지급해 합의서를 제출한 점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1심 집행유예 판결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등을 통해 심리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한 뒤 서울 동작구 신대방 일대 은신처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폭행과 협박을 통해 성관계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 유형에서는 통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성립 여부 ▲폭행·협박이나 감금 등 결합 범죄 ▲폭행이나 통제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특히 피해자의 연령에 따라 적용 법조와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진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일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돼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폭행이나 협박 등 통제 행위는 아동학대범죄로도 평가될 수 있다. 아동학대범죄처벌법은 보호자에 의한 폭행·협박·감금·성범죄 등을 아동학대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실상 보호·감독 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법원은 아동에 대한 폭행이나 통제가 반드시 신체적 손상을 초래하지 않더라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2022년 창원지방법원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정신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정신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나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정서적 학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한 통제 구조가 형성되기 쉬워 성범죄와 폭행, 감금, 아동학대 등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피해자 연령, 폭행·협박 여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사건 구조에 대한 세밀한 사실관계 판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