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처벌불원서를 먼저 받아내는 이른바 ‘외상 합의’ 방식으로 구속을 피했던 30대 남성이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서 결국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사기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이처럼 실질적인 피해 변제 없이 합의서만 제출하는 관행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오창명)는 사기 혐의를 받는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을 피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추가 범행이 확인되면서 신병이 확보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6월 피해자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약 12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도주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황을 확인했다. A씨가 피해자 측과 합의금을 일정 기간 뒤 지급하기로 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진행한 뒤 처벌불원서를 받아냈지만 실제 합의금은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이를 이른바 ‘외상 합의’ 방식으로 판단했다. 외상 합의는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먼저 받아두고 합의금 지급은 미루거나 이행하지 않는 형태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법원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 자체보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은 보조적인 고려 요소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후였다. A씨는 구속을 피한 뒤 동일 피해자를 상대로 다시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추가 피해자 3명을 확인했다. A씨가 총 4명을 상대로 약 1억원을 편취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사실도 파악됐다.
검찰은 관련 사건을 하나로 묶어 지난 5일 A씨를 구속한 뒤 수사를 이어왔고, 11일 사기 혐의로 정식 기소했다.
법원은 사기 사건에서 합의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합의서가 제출됐는지보다 실제 피해 회복이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실제 2023년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해 차용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편취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피해자에게 약 4823만원을 변제하는 등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을 참작했다”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법원은 사기 사건에서 합의서 제출만으로는 피해 회복으로 보지 않고 실제 변제나 공탁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양형을 판단한다.
김형민 변호사는 “합의서만 먼저 작성하고 실제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형식적인 합의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며 “사기 사건에서는 실제 변제나 공탁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있었는지가 양형 판단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