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가 전 연인 전청조씨의 대규모 사기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민사 책임에서 벗어났다. 사건이 불거진 지 약 2년 만이다.
13일 남씨의 법률대리인 손수호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씨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손 변호사는 “전청조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가 남현희 감독을 상대로 제기한 11억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약 1년 10개월 동안 이어진 법적 대응 끝에 억울함을 밝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남씨가 운영하던 펜싱 아카데미의 학부모로 알려졌다. A씨는 2023년 4월부터 7월 사이 전청조의 투자 권유를 믿고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약 11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전청조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A씨는 남씨가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는 지난 12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남현희 역시 전청조의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남씨가 전청조의 실제 신분이나 투자금 모집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고와 마찬가지로 전청조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남씨가 전청조의 사기 범행에 공동으로 가담했거나 최소한 이를 방조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민법 제760조에 따르면 민사상 타인의 불법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한 경우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
피해자 측은 남씨가 전청조와 가까운 관계였던 만큼 투자금 모집 사실을 알았거나 최소한 알 수 있었고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씨 측은 전청조의 기망 행위를 전혀 알지 못했고 투자금 모집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법원은 남씨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씨가 전청조의 투자 모집이나 사기 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금전 송금과 남씨의 행위 사이에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편 전청조는 자신을 재벌가 혼외자라고 속이며 투자금을 모집한 뒤 이를 가로챈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전청조의 사기 범행에는 형법 제347조가 규정한 사기죄와 함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이 적용됐다. 해당 법률은 사기 등 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전청조는 27명으로부터 30억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한 혐의가 인정돼 중형이 선고됐다.
한편 남씨는 사건의 여파로 체육계에서도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6월 서울펜싱협회에서 제명됐고, 같은 해 8월 서울특별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지도자 자격 정지 7년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24년 8월부터 2031년 8월까지 지도자 활동이 제한된 상태다.
남씨 측은 “이번 판결을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오해와 낙인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며 “새롭게 출발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