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형제복지원·선감학원 국가배상 소송 상소 전면 포기

  • 등록 2025.09.14 14: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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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647명 사건 신속 권리구제…
“국가폭력 인정하고 회복 나설 것”

 

법무부가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강제수용 사건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과 관련해 모든 사건에 대한 상소를 포기하거나 취하했다. 이에 따라 관련 판결이 잇따라 확정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절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달 12일까지 항소심과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사건 가운데 피해자 512명이 포함된 52건에 대해 상소를 모두 취하했다.

 

또 1심 또는 2심 판결이 이미 선고된 피해자 135명 관련 사건 19건에 대해서도 더 이상 상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형제복지원 사건 49건(피해자 417명)과 선감학원 사건 22건(피해자 230명)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권위주의 시기에 발생한 국가폭력과 인권 침해를 정부가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회복과 사회적 화해를 위해 나아가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우선 전액을 지급한 뒤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분담 문제를 협의할 방침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시, 선감학원 사건은 경기도와 책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으로 국가의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 배상 소송에서는 관행적으로 상소를 제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건의 성격에 따라 상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권위주의 시기 국가 주도의 ‘부랑인 단속 정책’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건이다. 1975년 내무부 훈령을 근거로 부산시에 위탁된 형제복지원에서는 약 3만 8000명이 강제로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 과정에서 강제노역과 폭행 등 가혹행위가 이어졌고 최소 6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사한 사건인 선감학원 역시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로 수용한 시설이다. 1950년대 경기도 조례에 따라 약 4700명이 수용됐으며, 열악한 환경과 학대 속에서 최소 29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관련 사건 판결을 조기에 확정해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신속하게 하겠다는 취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국가가 항소나 상고를 포기하거나 이미 제기한 상소를 취하하면 해당 판결은 확정 판결로 이어진다. 확정 판결은 배상금 지급과 집행 절차의 전제가 되는 만큼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상을 더 빨리 받을 수 있게 된다.

 

국가소송 체계에서도 상소 포기나 취하는 적법한 소송 행위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서는 상소 제기·포기·취하 등의 중요한 소송행위를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은 국가배상법 시행령 제25조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은 주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가 중심이다. 이는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 집행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것이다.

 

배상액은 피해자의 수용 기간과 연령, 가혹행위 정도, 후유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건별로 달라진다.

 

형제복지원 사건에서는 약 6개월간 수용된 피해자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선감학원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 기간과 피해 정도에 따라 8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다양한 금액이 인정됐다.

 

실제로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선감학원에 강제 수용됐던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추진한 부랑아 단속 정책에 따라 아동들이 법적 근거와 절차 없이 강제로 수용됐고 그 과정에서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단속과 보호라는 명목 아래 아동들을 강제로 수용하고 장기간 격리한 것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국가작용”이라며 “아동들은 강제노동과 폭행, 가혹행위 등으로 심각한 육체·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 정도와 수용 기간 등을 고려해 원고들에게 각각 8000만원, 1억4000만원, 2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또 변론 종결일 다음 날부터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이 같은 손해배상 판단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 집행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진다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근거한다. 법원은 강제수용 정책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 등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책임을 인정했다.

박혜민 기자 wwnsl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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