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군은 구속되더라도 일반 재소자와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 이는 1966년 체결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의에 따라 미군 전용 거실과 식사 등에서 특별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SOFA는 정식 명칭으로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미국군대 지위에 관한 협정’을 말하며, 주한미군의 재판관할권·출입국·시설 사용·형사재판권 등을 규정한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대규모로 구금되자, SOFA 협정에 따른 미군 특혜 수용 실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14일 SOFA 합의의견 13호에 따르면 미군 전용 거실은 1인당 최소 6.69㎡(2.02평)로 보장된다. 식탁 테이블과 냉장고, 오븐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토스터기 등 조리가 가능한 주방기구가 모두 갖춰져 있으며, 식사는 미군부대에서 조달된 부식을 직접 조리해 먹는다.
또 카드·운동기구 등 오락 시설이 구비돼 있어 “한국 교도소인가, 호텔인가”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국내 교정시설에는 현재 6만 명 이상의 한국인 수감자가 수용돼 있다. 법적으로는 독거수용이 원칙이지만, 수용 인원 증가와 시설 부족으로 인해 과밀 혼거수용이 일상화돼 있다.
SOFA 협정 문제는 과거에도 한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켜 왔다. 2001년 7월, 경기도 양주에서 미군 장갑차에 치여 두 여중생이 숨진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국 정부는 미군 운전병에 대한 형사재판권 관할권 포기를 미군 측에 요청했지만, SOFA 협정 제22조에 따라 미군은 28일 이내에 응답할 권리를 가졌다. 미군은 재판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해당 운전병들은 한국이 아닌 미군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당시 여론은 격렬했다. “한국 땅에서 한국 국민이 숨졌는데 한국 법정에서 재판도 못 한다”는 비판이 거셌고, 2002년 ‘효순·미선 사건’ 촛불집회로까지 번졌다. 그 결과 2001년 1월 신설된 합의의사록 제22조 제5항은 살인·강간 등 12개 중대범죄에 한해 한국이 1차 재판권을 갖고 구금 인도를 요청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이어 2012년에는 한·미 양국이 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24시간 내 기소 조항’을 삭제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우리 사법당국이 주한미군 범죄 피의자의 신병을 기소 전 단계에서도 인도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군 수용자에 대한 특혜 규정은 여전히 1968년 합의의견 13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인 근로자 475명이 조지아주 폴크스턴 구치소에 구금되면서 SOFA 협정을 둘러싼 불평등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5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 475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국토안보수사국(HSI)의 대규모 작전에 전격 체포됐다. 장갑차·헬기·무장 병력까지 투입된 이번 단속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귀국한 근로자들은 “손목에 수갑, 몸에는 쇠사슬을 채웠다”, “허리에 체인, 일부는 족쇄까지 찼다”며 열악한 구금 상황을 증언했다.
조지아주 폭스턴 구치소에서는 70명이 한 방에 수용됐고 변기는 5~6개뿐이었다. 화장실은 칸막이 없이 개방돼 있었으며 며칠간 가족과 연락도 끊겼다고 한다.

현재 전국 SOFA 협정 수용자는 여전히 여러 개의 거실을 단독으로 사용하며 침대까지 갖춘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이는 1968년 체결된 SOFA 합의의견 13호가 57년째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수용 공간과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미군 수용자는 넓은 거실을 독점하고, 국내 교정시설은 과밀수용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미 교정시설이 국제 기준 이상으로 개선된 만큼 SOFA 수용자도 일반 외국인 수용자와 동일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집단에만 특혜를 유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법무부가 SOFA의 구시대적 조항을 재검토·개정해야 교정행정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