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자 법무부가 보호관찰 단계에서부터 고위험군을 선별해 관리하는 새로운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사회적 충격을 준 범죄가 반복되면서 범행 이전 단계에서 위험 신호를 파악해 재범을 막겠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보호관찰 대상자 가운데 이상동기 범죄 위험성이 높은 인물을 선별해 집중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2년 동안 피해자와 특별한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가 매년 40건 이상 발생하면서 사전 대응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부는 이르면 다음 날부터 보호관찰 대상자를 상대로 위험성 평가를 위한 선별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검사 결과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기존 준수사항에 더해 여러 형태의 특별 관리 조치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하거나 약물 복용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조치가 포함된다. 또 흉기 소지 금지, 음주 제한 등 생활 전반을 통제하는 관리 방안도 적용될 수 있다.
위험군으로 분류된 대상자는 매달 보호관찰관과 면담을 진행하고,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등을 통해 생활 상태와 정신건강 상황을 점검받게 된다.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 상담이나 병원 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보호관찰 제도의 법적 틀 안에서 시행된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은 보호관찰 대상자가 재범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특정 시간대 외출 제한이나 특정 장소 출입 금지, 특정인 접근 금지, 음주 제한, 마약류 사용 금지 등 ‘특별 준수사항’을 추가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보호관찰소장은 필요할 경우 법원이나 보호관찰심사위원회에 준수사항의 추가 또는 변경을 신청할 수 있으며, 보호관찰관은 면담과 방문 지도 등을 통해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법무부가 도입하려는 ‘위험군 선별검사’ 역시 이러한 보호관찰 감독 과정에서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해 특별 준수사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보호관찰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 범죄 위험도를 분석해 순찰 계획에 반영하는 등 사전 예방 활동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사회적 불안을 키우고 있는 이상동기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형벌 이후 단계에서 재범을 예방하는 ‘보안처분’ 성격의 보호관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보호관찰 제도는 단순한 감독이 아니라 재범 위험을 관리하는 장치”라며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치료나 생활 제한을 병행하면 이상동기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