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형집행순서’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재판이 확정된 이후의 영역이기에, 수사나 재판 과정에 주로 관여하는 변호사들이 다루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더 시사법률 독자분들 가운데는 형이 확정된 분들도 많다 보니 관련 질문들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한번 정리해서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 집행순서’ 순서는 가석방이나 누범과도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재판을 여러 번 받은 피고인의 입장에선 무척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받은 질문 일부를 각색하여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으니, 이 글이 독자분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제가 두 개의 범죄로 각각 재판을 받아서 먼저 확정된 건 징역 3년, 뒤의 건 징역 1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안 사람들이 가석방을 받으려면 형 집행순서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밖에서 일 봐줄 사람도 없고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돼서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질문자분의 경우처럼 2개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중한 형을 먼저 집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질문자께서 중간에 형 집행순서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징역 3년짜리부터 먼저 집행을 마친 다음에, 그 뒤에 징역 1년짜리 집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형법 규정에 따르면 가석방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워야 하므로(실무에서는 보통 70% 이상을 충족해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형 집행순서 변경을 하지 않으면 불리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징역 3년형을 먼저 70% 복역하고 이어서 형 집행순서 변경을 해서 징역 1년형을 70% 채우면 2개의 형에 대해 동시에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하지만 순서를 바꾸지 않고 3년형을 끝까지 다 살고 1년형의 70%를 채우려고 하면, 전체적으로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해지는 것이죠. 질문자께서는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시고 적정한 시점에 형 집행순서 변경 신청을 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Q. 저는 과거 여러 범죄로 각각 재판을 받고 징역형,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출소한 지 아직 3년이 안 지났는데 다시 잘못된 일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게 됐는데요. 그런데 지금 제 사건이 누범기간 중 범행인지가 문제가 됐습니다. 과거에 형을 집행할 때 징역형부터 집행하다가, 중간에 검사가 형집행순서를 변경해서 노역장에 유치돼 벌금형 집행을 먼저 완료했고, 다시 징역형을 살기 시작했는데요. 이것 때문에 징역형 형기가 늦게 완성됐고 이걸 기준으로 하면 누범입니다.
그러나 검사가 형 집행순서를 변경하지 않고 징역형부터 완성했다면 누범기간이 아닐 것이기에 억울합니다. 누범에 해당하면 가중 처벌을 받는다고 하고 집행유예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A. 올해 질문자와 같은 쟁점으로 문제된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딱 들어맞는 사안이라 해당 사안을 바탕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A 씨는 2014년 여러 개의 범죄로 각각 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됐다고 합니다. 징역 2년 6개월, 벌금 70만 원, 벌금 200만 원이었다고 하는데요.
A 씨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노역장에 유치됐습니다. 2014년 1월 23일부터 징역형 수감 생활을 먼저 시작했는데, 중간에 검사가 형 집행순서를 변경해 징역형 집행을 잠깐 멈추고 노역장에 유치돼 벌금형 집행을 먼저 완료한 다음, 다시 징역형을 살기 시작해 2016년 9월 16일 출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A 씨는 2019년 9월 4일 다시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표면적으로 보면 A 씨가 출소한 2016년 9월 16일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2019년 9월 4일 범행이 있었으니 누범기간 범행이고, 집행유예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검사가 형 집행순서를 변경하지 않았고 징역형 집행을 먼저 했다면 2016년 7월 22일에 형 집행이 끝나고, 이후에는 벌금형 집행에 불과하여 누범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A 씨는 이 점을 다퉜는데요.
4년의 심리를 거친 후 올해 5월에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수형자가 새로운 범죄 행위를 했다는 등 우연한 사정을 이유로 사후적인 관점에서 집행순서 변경이 수형자에게 미친 영향의 유불리를 평가해 집행순서 변경에 관한 지휘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하며,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이 적법하고 징역형 집행은 A 씨의 실제 출소일인 2016년 9월 16일에 끝난 것이므로 누범기간 중 범행이라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벌금형의 노역장 유치를 먼저 집행하는 것은 가석방 요건을 조기에 갖춰주려는 목적일 수도 있는데, ‘나중에 지나고 보니 불리했다’는 이유로 위법성을 따질 순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질문자분의 경우에도 안타깝지만 누범기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며, 사안 자체를 경미한 것으로 만들어 벌금형을 받을 수 있도록 변론 전략을 세워보아야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저는 재판에서 징역 3년,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저도 가석방 심사를 위해서 벌금형 노역장 유치를 먼저 집행해 주도록 형집행순서 변경 신청을 하고 싶은데, 벌금 액수가 고액인 경우에는 불허된 사례가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됩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판단이 되나요?
A. 실제로 질문자분과 유사한 사례인데 2022년도에 1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왔습니다. 자유형을 먼저 집행해도 벌금형에 관한 형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는 것이 명백한 때에는, 노역장 유치 집행을 먼저 할 수 없다고 전제하여 판단한 사례인데요.
그러나 2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단순히 벌금 액수가 고액이라는 사정은 「형집행순서 변경 업무 처리지침」에서 수형자의 형 집행순서 변경 신청을 불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대해 검사가 재항고했지만, 대법원 또한 원심의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질문자분의 경우에도 가석방을 위해 벌금형 노역장 유치를 먼저 집행하고, 이후 징역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형 집행순서 변경 신청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형 집행순서 변경’과 관련해 독자분들이 자주 주신 질문들을 정리해 드렸습니다. 항상 더 잘해드리고 싶은데 지면이 부족해서 아쉽습니다. 조금이나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억울하거나 답답한 상황에 놓였을 때 편히 서신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