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40여 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김동현씨(68)가 법원으로부터 약 7억원대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박주영·송미경 판사)는 지난 11일 김동현씨(68)에게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 약 7억5000만원과 소송비용 약 96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씨 사건은 1980년대 군사정권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작 시집을 발표했던 김씨는 체포 가능성을 우려해 1980년 5월 스웨덴으로 출국했다.
이후 국제앰네스티 스웨덴 지부에 망명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북한 대사관을 한 차례 방문했다. 그러나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측의 설득을 받아 망명을 철회했고, 1982년 5월 한국으로 귀국했다.
김씨는 귀국 직후 김포공항에서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들에게 연행돼 약 40일 동안 조사받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 등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같은 해 열린 1심 재판에서 김씨는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으로 감형됐고, 이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사건은 수십 년 뒤 다시 재조명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9월 이 사건을 중대한 인권 침해 사례로 판단하고 재심을 권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2부(재판장 권혁중)는 올해 5월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자백이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피고인은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제도다.
형사보상은 무죄가 확정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미결구금 또는 형 집행을 받은 경우 국가가 그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다. 보상금은 구금 일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며, 1일 보상액은 무죄 확정 연도의 최저임금 일급 이상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상한 범위 내에서 결정한다.
또 무죄 판결을 받으면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도 별도로 보상받을 수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에 따른 비용보상 제도로 피고인의 여비·일당이나 변호인 보수 등이 대상이 된다.
형사보상 절차는 법원이 보상 결정을 내린 뒤 실제 지급 절차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먼저 무죄 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형사보상 청구를 하면 법원이 구금 기간과 보상액을 심리해 ‘보상 결정’을 내린다. 이후 결정이 확정되면 해당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 지급 청구서를 제출해 보상금을 지급받게 된다.
대법원도 형사보상 결정이 확정되면 국가에 대해 보상금 지급청구권이 발생하며 지급이 지연될 경우 지연손해금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15다223411).
형사보상과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과거사 사건에서는 형사보상과 별도로 국가배상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긴급조치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의 위법한 구금 책임을 인정하고 위자료 지급을 명령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위헌적 긴급조치에 근거해 국민을 구금한 행위는 국가가 가해자가 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 역시 형사보상 절차와 별도로 국가배상 소송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심 무죄 사건에서는 형사보상으로 구금 피해에 대한 기본 보상이 이뤄지지만, 고문이나 불법 수사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별도의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