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호선 방화범’에 징역 20년 구형

  • 등록 2025.09.16 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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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160명 살인미수 혐의 추가
“대피 늦었다면 피해가 컸을 것”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5호선 방화 사건’ 피고인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16일 살인미수와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67세 남성 원모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원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전자장치 부착 10년과 보호관찰 3년도 함께 명령해 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당시 상황에서 승객들의 대피가 조금만 늦어졌어도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며 “160여 명이 탑승한 밀폐된 열차 내부에서 휘발유를 이용해 방화를 저지른 행위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원씨는 지난 5월 31일 오전 8시 42분께 여의나루역을 출발해 마포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5호선 열차 내부에서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열차에는 약 160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피고인을 포함해 총 23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경상을 입었다. 

 

수사 초기 경찰은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만 적용했지만 검찰은 당시 열차에 탑승한 승객 160명을 대상으로 한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또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을 가방에 넣어 열차에 반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살인죄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선고 2011도11597).

 

검찰은 운행 중인 지하철처럼 외부 탈출이 어려운 밀폐 공간에서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지른 행위 자체가 다수 승객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승객을 직접 살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쟁점은 변호인이 주장한 심신미약 여부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씨 측 변호인은 “이혼 소송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이를 알리려는 의도에서 범행에 이르렀다”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정상 참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에 앞서 휘발유를 미리 준비해 열차에 반입한 점 등을 들어 계획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실제로 법원은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하거나 범행 과정이 비교적 명확한 경우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는 현존전차방화치상과 살인미수 혐의가 함께 적용되면서 두 범죄의 관계도 재판부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법리상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상상적 경합’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을 기준으로 처벌이 이뤄진다.

 

이와 별도로 휘발유를 열차에 반입한 행위는 철도안전법 위반에도 해당한다. 철도안전법은 인화성 물질 등 위해 물품을 열차에 휴대하거나 반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검찰 조사 결과 원씨는 이혼 소송 과정에서 결정된 재산분할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말미에 재판부가 최후진술 기회를 주자 원씨는 “잘못했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원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4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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