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피해를 당한 것처럼 꾸며 1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족 일당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단독(김웅수 판사)는 17일 횡령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사건으로 함께 구속기소된 B씨와 그의 아들에게는 각각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이들 부자에게 적용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한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자신의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1억1000만원을 찾아 전달해야 했지만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후 범행을 숨기기 위해 지인 B씨와 함께 강도 사건을 가장하기로 계획했다. B씨의 아들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러들여 강도 역할을 맡게 하고, 현금을 건넨 뒤 흉기를 든 남성에게 돈을 빼앗겼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B씨의 아들은 곧바로 중국으로 출국하려 했지만 경찰은 신고 접수 약 4시간 만에 인천국제공항에서 긴급체포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 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며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긴급체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허위 신고로 인해 경찰 인력과 공적 자원이 불필요하게 동원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범행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사건 경위와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B씨 부자에게 적용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범행 공모와 공무집행 방해의 정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137조는 위계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판례는 단순히 허위 신고나 거짓 진술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피의자나 참고인의 허위 진술만으로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허위 증거를 조작해 제출하는 등 수사기관이 이를 발견하지 못해 잘못된 결론에 이를 정도에 이르러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03도1609).
실제로 2015년 의정부지방법원은 허위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공무집행이 현실적으로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B씨 부자가 경찰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