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휴대전화 정보 무차별 압수...추가 영장 있어도 위법”

  • 등록 2025.09.19 07: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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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영장으로도 위법성 치유 안돼
휴대전화 탐색·추출 범위 제한해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를 무분별하게 추출해 별건 수사에 활용했다면, 이후 추가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더라도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공군 중령 신 모 씨 사건에서 일부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신 씨의 휴대전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선포 검토 의혹을 수사하던 ‘기무사 특별수사단’이 내란음모·직권남용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한 것이다. 신 씨는 포렌식 과정에 참관하지 않았다.

 

포렌식 수사관은 휴대전화 복제본을 만든 뒤 별도 선별 없이 추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엑셀파일로 만들어 군검사에게 제공했다. 군검사는 파일을 분석하던 중 신 씨의 군사기밀 누설 정황을 발견했고, 추가 영장을 발부받아 별건 수사를 이어갔다.

 

신 씨는 “영장 범위를 넘어 모든 정보를 엑셀화해 군검사에 제공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1·2심은 “영장 범위 내 전자정보를 선별하기 위한 준비 절차로 볼 수 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휴대전화는 방대한 사생활 정보가 집적된 만큼 무제한적 압수수색은 기본권 침해가 클 수 있다”며 “피고인은 첫 번째 영장 범죄사실의 피의자도 아니었고, 포렌식 과정에서 범위 제한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엑셀파일을 생성해 전자정보를 획득한 절차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라며 “이후 추가 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압수 단계에서부터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탐색·추출 범위를 제한해 별건 수사를 막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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