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전자정보를 일괄적으로 추출해 별건 수사에 활용했다면 이후 추가 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공군 중령 신모씨 사건에서 일부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확보한 전자정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 사건이다.
문제가 된 휴대전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선포 검토 의혹을 수사하던 ‘기무사 특별수사단’이 확보한 것이다.
특별수사단은 내란음모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신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후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수사관은 휴대전화의 복제본을 생성한 뒤 모바일 포렌식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화번호부,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사진·음성 데이터 등 추출 가능한 모든 전자정보를 엑셀 파일 형태로 정리해 군검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검색어 설정이나 기간 제한 등 영장 범위에 맞춘 별도의 선별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검사는 해당 자료를 분석하던 중 피고인의 군사기밀 누설 의혹과 관련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발견했고, 이를 단서로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과정에서 진급선발 결과 누설 및 직권남용 혐의 등 추가 범죄 정황이 확인되면서 관련 전자정보가 잇따라 증거로 확보됐다.
이에 대해 신씨 측은 “초기 압수수색 영장은 내란음모 관련 수사를 위한 것이었는데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선별 없이 엑셀 파일로 추출해 분석한 것은 영장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은 해당 절차를 전자정보 선별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휴대전화에는 사생활과 관련된 방대한 정보가 집적돼 있어 무제한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질 경우 개인의 기본권 침해 위험이 매우 크다”며 “포렌식 과정에서도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 탐색 대상과 추출 범위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제본에서 추출 가능한 모든 전자정보를 엑셀 파일 형태로 생성해 확보한 절차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에 해당한다”며 “이후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고 하더라도 최초 압수 단계에서 발생한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수사기관이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역시 이러한 위법한 압수 과정에서 발견된 정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자정보는 최초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무관한 내용으로, 영장 범위를 제한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추출된 전자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확보된 관련자 진술이나 문서 등 2차적 증거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