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을 향해 던진 그릇이 빗나가 맞지 않았더라도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맞았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 판결대로라면 검사나 변호사 실력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다”거나 “상대방에게 욕설만 해도 폭행죄가 성립하는데 이번 판결은 당연하다”라는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형법 260조는 폭행죄를 “사람의 신체에 대해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조항만으로는 어떤 행위가 폭행죄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또 폭행은 다른 범죄의 구성요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형법상 폭행 개념을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학계에서는 형법상 폭행을 네 단계로 구분한다. 가장 넓은 의미는 사람·물건에 대한 모든 유형력 행사, 넓은 의미는 사람에 대한 직·간접적 유형력 행사다. 좁은 의미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폭행죄의 ‘폭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장 좁은 의미는 타인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경우로, 강도·강간죄에서의 폭행이다.
예컨대 형법 333조는 강도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폭행죄와 강도죄 모두 ‘폭행’이란 용어를 쓰지만 의미는 다르다.
대법원은 폭행죄의 폭행을 “사람의 신체에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유형력 행사”로 보고, 반드시 신체 접촉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2016.10.27., 2016도9302).
학계의 통설과 판례를 종합하면 결국 폭행죄에서 핵심은 '유형력', 즉 유형(有形)의 힘을 행사하는가 여부다.
통설에 따르면 유형력은 역학적 작용(구타, 밀치는 행위, 침 뱉기, 손·옷을 잡아당기는 행위 등), 생리적·화학적 작용(심한 소음·음향, 최면술, 마취약 사용 등), 에너지 작용(빛, 열, 전기 등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 등 폭행은 단순히 때리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판례에 따르면 폭행죄는 유형력이 피해자 신체에 직접 닿지 않아도 인정된다. 대법원은 채무자를 밀쳐 넘어뜨려 등에 업힌 아이가 사망한 사건에서 폭행치사죄 성립을 인정했고(1972.11.28, 72도2201), 피해자 앞에서 손발을 휘두른 행위(1990.2.13, 89도1406), 차량으로 피해자에게 반복 전진한 행위(2016.10.27, 2016도9302)도 폭행으로 보았다.
반대로 사람을 향하지 않은 행위는 폭행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잠긴 문을 발로 찬 행위(1984.2.14, 83도3186), 인분을 남의 마당에 던진 행위(1977.2.8, 75도2673), 전화로 욕설만 한 경우(2003.1.10, 2000도5716) 등이 대표적이다.
또 대법원은 소음이 신체에 고통을 줄 정도라면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단순 욕설만 한 경우에는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2001.3.9, 2001도277). 이는 피해자에게 단순한 불쾌감을 주는 데 그칠 뿐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여러 차례 폭언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폭행으로 인정된 판례도 있다(1956.12.12., 4289형상297).
단, 여러 차례 폭언을 반복하는 것은 폭행으로 인정된 바 있다.(1956.12.12, 4289형상297) 공무집행방해죄에서 폭행은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뿐 아니라 간접적 유형력까지 포함된다. 파출소 바닥에 인분이 든 물통을 던진 사례가 대표적이다(1981.3.24, 81도326).
즉, 유형력이 사람을 향했는지 여부다. 돌을 던져 맞지 않았더라도 사람을 향한 행위라면 폭행죄가 성립하며, 대법원이 노래방 그릇 투척 사건에서 폭행죄를 인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폭행죄는 단순한 구타를 넘어 다양한 유형력 행사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특히 대법원이 그릇 투척 사건에서도 폭행을 인정한 것은 유형력의 방향, 즉 사람을 향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으므로 사건별로 세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