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갈등 끝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60대 남성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신용카드 사용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14일 오전 5시 35분께 부산 금정구의 자택에서 아내 60대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생활 상황도 재판 과정에서 언급됐다. A씨는 2009년 무렵부터 일정한 직업 없이 지내며 아내 명의의 아파트에서 생활해 왔고, 생활비 역시 대부분 아내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충당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딸로부터 쌀을 정기적으로 배송받거나 생활비 일부를 송금받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21년 간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딸의 신용카드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열흘 전쯤 아내가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시키면서 부부 사이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이후 아내에게 “장을 봐야 한다”며 카드를 돌려달라고 두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딸에게도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딸에게 “이혼을 하게 되면 병원 근처에 월세방을 얻어야 한다”며 보증금과 생활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더 이상 생활을 이어갈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 '아내를 죽이고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사건 당일 새벽 자택에서 발생했다. A씨는 부엌 싱크대 위 수저통에 꽂혀 있던 식칼을 들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씻고 나온 아내에게 다시 카드 문제를 꺼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카드를 안 줄 거냐. 시장을 가야 한다”고 말하자 B씨는 “맡겨 놓은 것이냐”는 취지로 답했고, 이에 격분한 A씨가 피해자의 머리채를 붙잡은 뒤 흉기로 허벅지와 목 부위 등을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 과정에서 경부 자상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로 일단 발생하면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미리 결심하고 흉기를 준비한 정황까지 확인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 이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 직후 큰 죄책감을 느끼며 자책하고 있고 간경화 등 지병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24일 부산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