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 비위 사실 단톡방 게시…법원 “공익 목적” 무죄

  • 등록 2025.09.21 14: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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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성 인정되면 ‘비방 목적’ 부정…

 

대학 교수의 성 비위 의혹을 학과 단체 채팅방에 게시해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던 50대 남성이 정식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해당 글의 목적이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공익적 문제 제기에 가까웠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9단독(박혜림 부장판사)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A씨(5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충남 아산의 한 대학 법경찰학과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교수 B씨의 성 비위 의혹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게시글에는 특정 여학생에게 성적을 몰아주거나 연구실로 불러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 SNS를 통한 부적절한 메시지 발송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B씨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유사한 행위가 문제돼 2023년 7월 대학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고 같은 해 2학기 강의에서도 배제됐다. 그러나 학교 측이 징계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고 이후 B씨가 다시 강의에 복귀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피해 학생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던 A씨는 후배들이 같은 피해를 겪지 않도록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학과 단체방에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A씨는 당시 글에서 “후배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덧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게시글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실을 공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형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사실을 적시하고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비방'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게시글에는 교수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향후 해당 수업을 들을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문제 제기라는 성격이 인정된다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서 '비방' 목적의 판단이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은 형법상 명예훼손 요건 외에 행위자가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추가로 검토된다”면서 “단순히 결과적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행위의 주된 동기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것인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역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경우에는 일부 비판적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범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명예훼손죄의 또 다른 구성요건인 ‘공연성’ 판단도 사건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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