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전세사기 일당, ‘범죄단체조직’ 첫 수사 착수

  • 등록 2025.09.22 10: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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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90여 명 고소장 제출…
임대인·브로커·중개사 연계 의혹

 

대전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달라는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대전유성경찰서는 22일 임대업자 조모(51)씨와 임모(57)씨, 공인중개사 A씨 등 전세사기 관련자들을 상대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달라는 고소장이 접수돼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 약 80명은 지난 3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 측은 "피의자들이 단순 공범 수준을 넘어 조직적인 구조를 갖추고 전세사기 범행을 계획 및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들은 임대인·브로커·공인중개사 등이 협력 관계를 구축한 뒤 금융기관 대출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세입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전 지역 전세사기 사건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임대업자 조씨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인근에서 연구원 등을 상대로 약 150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공인중개사 A씨 등 두 명도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피의자인 임씨는 유성구 전민동과 문지동 일대에서 다가구주택 36채를 매입한 뒤 약 210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범행 과정에서 일부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 지역 일부 새마을금고와 신협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함께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범죄단체조직죄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활동한 경우 해당 범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단순 공범 관계만으로는 범죄단체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조직성, 계속성, 역할 분담 구조 등이 존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3도7201).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전세사기 사건에서 ‘일당’이라는 표현만으로 곧바로 범죄단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범행을 목적으로 한 조직 구조가 존재했는지, 지휘·통솔 체계와 역할 분담이 있었는지, 그리고 각 가담자가 이러한 조직성과 범행 목적을 인식하고 활동했는지가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 임직원 연루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곽 변호사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 담보 평가나 차주의 실질 귀속 관계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대출이 이루어졌다면 임무 위배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며 “허위 서류 작성이나 동일인 대출 한도 회피, 리베이트 등 정황이 확인될 경우 업무상 배임 책임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범죄수익 환수 문제 역시 향후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사기 사건에서는 편취된 자금의 흐름을 특정하고 범죄수익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금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해당 재산이 범죄수익인지, 취득자가 범행 사실을 알고 취득했는지 여부에 따라 몰수나 추징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수도권에서는 인천 ‘빌라왕’ 사건 등에서 이미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며 “금융권 인사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보다 폭넓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소 내용을 검토한 뒤 피의자들의 조직적 범행 여부와 금융기관 연루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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