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과 자백 사이, 형사재판이 놓치면 안 될 기준

  • 등록 2025.09.24 16: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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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변호사님, 얼마 전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도7405 판결이 나왔잖아요. 구속 전에는 계속 혐의를 부인했다가 구속 이후에 갑자기 공소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사건인가요?

박변: 사건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사건입니다. 피고인이 트랙터를 몰다가 이륜차와 충돌해 피해자가 사망했는데요. 1심은 피고인이 일시 정지를 안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죠. 검사는 항소를 했고 제2회 공판기일에 공소외 2가 아버지와 아내의 투병 등을 사유로 불출석하자 법정 구속됐어요. 이유는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였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구속 이후, 피고인이 입장을 바꿔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다는 점이에요.

 

 

PD: 그럼 항소심에서는 어떻게 본 건가요?

박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피고인은 구속되자마자 지금껏 해오던 부인 입장을 접고 곧바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했어요. 항소심은 이 돌연한 자백을 그대로 받아들여, 결국 1심의 무죄를 깨고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형량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죠. 즉 구속이라는 변수가 사건의 향방을 완전히 뒤바꾼 겁니다.

 

 

PD: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박변: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9조를 전제로 ‘구속된 피고인은 빨리 풀려나고 싶다는 심리 때문에 허위라도 자백할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그래서 구속 직후 돌연 나온 자백은 특별히 신빙성을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임의성이 있다고 해서 그 자백의 증명력까지 당연히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었죠.

 

 

PD: 자백이 강제로 된 게 아니라면 그냥 증거로 쓰이는 거 아닌가요?

박변: 아닙니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들(예: 1983도712, 2007도4959)을 인용하면서, ‘임의성은 자백의 증거능력 요건에 불과하고, 신빙성은 증명력의 문제’라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즉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돼도 법원이 그 내용의 합리성, 진술 경위, 다른 증거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신빙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거예요. 항소심은 이 구별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PD: 항소심이 충분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건가요?

박변: 맞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피고인이 줄곧 부인하다가 구속 직후 갑자기 자백한 경위, ▲변호인이 낸 의견서에서 사실관계를 완전히 시인하지 않았던 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만큼 증거가 불명확했던 사정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유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습니다. 결국 자백 신빙성 심사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PD: 이번 판결이 앞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박변: 이 판례는 단순히 자백 여부가 아니라 ‘구속 상황에서 나온 자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다시 환기시킨 판결입니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변호인들은 ‘구속 직후 자백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법원도 자백의 임의성과 신빙성을 엄격히 구분해 심리해야 합니다. 방어권 보장과 인권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 판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보영 변호사 sungheon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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