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망상에 이웃 흉기 휘두른 20대…징역 4년 6개월

  • 등록 2025.09.24 11: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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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이력 있지만 대학·군 복무
범행 당시 변별능력 유지 판단

 

자폐증과 우울증·충동조절장애 진단 이력이 있는 20대 남성이 이웃을 살해하려 한 사건에서 법원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단순한 정신질환 진단만으로는 형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범행 당시 판단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희수)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범행 당시 피해망상에 빠져 이웃 주민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법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는 자폐증과 우울증·충동조절장애 진단 이력이 있으며, 어린 시절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기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형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어린 시절 특수학교에 다닌 이력이 있으나 이후 일반 초등학교로 진학했고, 대학에 재학했으며, 현역병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점 등을 종합해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형법 제10조는 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단순한 정신질환 진단이나 과거 병력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는다. 범행 당시 판단 능력이나 행위 통제 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2022년 서울고등법원도 “형법 제10조의 심신장애는 단순히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사물에 대한 변별 능력이나 행위 통제 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된 상태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정신감정 결과 역시 참고 자료일 뿐 최종 판단은 법원이 종합적으로 내린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심신장애 여부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법률 문제로서 정신감정 결과에 구속되지 않으며 범행 경위와 수단, 범행 전후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원칙적으로 심신미약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현상은 정상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충동조절장애만으로 심신장애가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범행 전후의 행동과 진술 태도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고려된다. 범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범행 동기와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경우 법원은 이를 판단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이 유지된 정황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같은 판결에서 피고인이 범행 경위와 감정 상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한 점 등을 근거로 범행 당시 판단 능력이나 의지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심신미약 인정 여부는 정신질환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범행 당시 실제로 판단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이 저하됐는지가 핵심 기준이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정신과 진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범행 당시 현실 판단 능력이 실제로 약화됐다는 점이 객관적 자료로 입증돼야 한다”며 “범행의 계획성이나 전후 행동, 진술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고 말했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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