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또 적발됐다. 비의료인이 의사 명의를 내세워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뒤 건강보험 재정을 빼돌리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사무장병원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북부경찰서는 24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50대 간호사 A씨와 60대 의사 B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중고차 매매업자와 공모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광주 북구 매곡동에서 병원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이들은 지인 관계인 현직 의사 2명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뒤 실제 운영은 비의료인 측이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약 11개월 동안 병원을 운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약 1억9000만원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사 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의료인 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사무장병원 사건은 의료법 위반에 그치지 않고 사기 혐의가 함께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님에도 정상적인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하면 공단의 지급 판단을 속인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취 금액이 클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돼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법원 역시 사무장병원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하급심 판결을 살펴보면 비의료인이 자금 조달과 인력 관리, 병원 운영, 수익 귀속을 주도하고 의사가 명의만 빌려준 경우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함께 인정하고 있다.
실제 2023년 서울서부지법은 “비의료인이 의사 명의로 의원을 개설해 운영하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를 편취한 행위는 건전한 의료질서를 해치고 건강보험 재정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의사와 비의료인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수사와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누가 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운영했는지 여부다. 비의료인이 시설과 인력 충원, 개설 절차, 자금 집행, 수익 관리 등을 주도했다면 의사 명의로 신고가 이뤄졌더라도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의사가 단순히 명의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범행 구조를 알고 공모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경찰은 요양급여비 수령 과정에 가담한 환자 20여 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다만 환자의 형사책임은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허위 진료나 허위 청구 구조를 알면서 공모했는지 여부와 적극적인 가담 여부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은 단순한 불법 의료기관 개설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하고 의료 질서를 왜곡하는 범죄”라며 “실운영자와 명의 제공자, 허위 청구 가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