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와 피의자의 상반된 진술만이 있는 경우,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는 대법원 판례가 말하는 바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이 유죄의 유일한 증거라 하더라도 그 진술이 합리적이고 일관성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쟁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이 과정에서 흔히 활용되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심리생리검사, 즉 ‘거짓말탐지기’다. 이 검사는 심박수 호흡 발한 반응 등 생리적 변화를 측정해 진술의 진실 여부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진술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 반응을 바탕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검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는 법적 한계가 분명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검사 결과는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나 단독으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또한 검사 대상자의 심리 상태 긴장도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러한 검사가 권유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검사 결과가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결과 해석에 따라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한번 거짓 반응이 나오면 피의자가 아무리 일관되게 억울함을 주장하고 사실대로 진술한다고 해도 ‘신빙성’을 잃었다는 인식을 뒤집기 쉽지 않다.
한편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진술분석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진술의 내용과 구조 일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제 경험에 기반한 진술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반응 측정이 아니라 진술의 질적 요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술분석은 진술의 구체성 사건 전개의 흐름 반복 진술에서의 일관성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 경험에 기반한 진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세부 묘사가 비교적 구체적인 특징을 보인다. 반면 허위 진술은 내용이 단편적이거나 반복 과정에서 불일치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분석 기준으로 활용된다.
진술분석제도는 대검 예규 제1225호 「진술분석 규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이 규정은 2014년에 처음 제정되었으며,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음에도 아직 활용 빈도가 높지 않다.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성폭력 사건에서 13세 미만 아동, 지적 장애 피해자, 아동학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분석 대상자로부터 자발적인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라면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다른 사건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두 제도는 모두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거짓말탐지기는 생리적 반응을 측정하는 방식이고 진술분석은 진술 내용 자체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형사수사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검사 결과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진술 증거의 경우에도 내용의 일관성 객관적 정황 다른 증거와의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이 이루어진다.
진술 중심 사건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보조적 분석 제도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각 제도의 한계와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 채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