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금융사 ‘무과실 배상책임제’ 추진…보이스피싱 대응 총력

  • 등록 2025.09.25 12: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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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TF 출범…금융회사 책임 강화 제도 추진
보이스피싱 피해 급증에 금융권 책임 확대 검토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회사에 ‘무과실 배상책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일정 범위에서 피해 보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대책 태스크포스(TF) 발대식 및 당정 협의 브리핑에서 금융회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해당 TF의 간사를 맡고 있다.

 

조 의원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권의 예방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책임 범위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도 지난달 말 이 같은 제도 도입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무과실 배상책임제는 금융회사가 규정을 위반하거나 보안·확인 절차를 소홀히 한 경우에만 책임을 묻는 기존 구조를 보완하는 개념이다. 금융회사가 “절차를 준수했고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면 일정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법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관련 법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책위 차원의 문제 인식도 제기됐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협의에서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7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약 7700억원을 넘어섰고 연간 피해액이 1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국민 생활을 위협하는 범죄를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은 보이스피싱 대응을 위한 네 가지 핵심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을 비롯해 △이동통신사의 삼중 방어체계 구축 △범정부 통합 대응 조직 설치 △사기죄 처벌 수위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권과 통신업계의 역할도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회사에는 보이스피싱 대응 전담 인력과 관련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의심 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인공지능 기반 탐지 플랫폼을 구축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통신사의 경우 수상한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탐지해 이용자에게 경고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대포폰 개통을 막기 위한 규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일부 대리점에서 불법 개통이 반복될 경우 허가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수사 체계 역시 확대된다. 정부는 국가수사본부장을 중심으로 별도 TF를 구성해 전국 시도 경찰청에 약 400명의 수사 인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또 오는 9월부터 5개월 동안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나 장비를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처벌 수위 강화도 논의되고 있다. 당정은 사기죄 법정형을 상향하는 방안과 함께 범죄로 얻은 이익에 대한 몰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경제적 동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여당은 향후 관련 법 개정과 제도 정비를 통해 보이스피싱 대응 체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융회사에 무과실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금융권 부담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민 유정화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인공지능 기술까지 결합하면서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피해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피해자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회사와 통신사, 정부가 예방과 차단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논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기관이 ‘과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배상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구조는 약화될 수 있다”며 “대신 금융회사와 통신사의 예방 의무와 시스템 투자 부담은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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