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으면 그냥 타라”…버스기사 폭언 논란, 형사 책임 따져보니

  • 등록 2025.09.25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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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성·발언 대상 특정 여부 따라 형사 책임 판단

 

출발 예정 시각보다 30분가량 늦게 도착한 시외버스를 두고 기사와 승객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연 이유를 묻는 승객들에게 기사가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세종시 대평동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오전 8시 25분 출발 예정이던 시외버스가 예정보다 약 30분 늦게 도착했다.

 

승객들이 지연 사유를 묻자 버스 기사는 거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는 기사가 승객들을 향해 욕설을 섞어 소리를 지르며 “사과하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버스 안에는 학생과 노인 등 여러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폭언에 승객들은 당황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 승객은 기사가 “늦었으면 그냥 타라”는 식으로 욕설과 함께 거친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 노인 승객이 기사에게 항의하면서 언쟁이 이어졌고, 기사는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중재했지만 버스는 기사 교체 없이 결국 약 50분 늦게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승객은 기다리다 못해 요금을 환불받고 터미널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사는 폭언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도로 정체로 인해 도착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일부 승객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언쟁이 벌어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버스 회사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며, 문제가 확인되면 감봉 등 징계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불친절 논란을 넘어 형사 책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인을 향해 욕설이나 모욕적 표현을 했다면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타인을 경멸적으로 표현했을 때 성립할 수 있는데, 버스처럼 다수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이른바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처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발언 대상이 특정되는지 여부와 표현의 정도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단순한 불친절이나 무례함을 넘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표현인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당시 상황에서 특정 승객을 겨냥한 언행이 반복됐는지, 누구에게 피해가 발생했는지 등도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사과하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겠다”는 발언 역시 상황에 따라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배 변호사는 “사과라는 의무 없는 행동을 요구하면서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이었다면 강요죄가 문제 될 여지가 있다”며 “다만 곧바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발언 내용이 실제로 공포심을 유발할 수준의 협박이었는지 당시 관계와 현장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를 주장하려면 당시 상황을 입증할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현장 영상이나 차량 번호, 노선 정보, 예정 출발 시각과 실제 출발 시각, 경찰 출동 여부, 동승 승객 진술 등을 정리해 두면 향후 고소나 민원 제기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는 “버스 내부에서 벌어진 욕설과 출발 지연 사태는 단순한 언쟁을 넘어 모욕이나 강요, 운수종사자 준수사항 위반 등 다양한 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인 판단은 발언 내용과 대상, 당시 상황, 지연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희원 기자 chw1641@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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