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학생 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 사건에서 피고인이 발기부전을 이유로 준강간 혐의를 부인하면서 성범죄 성립 기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5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임재남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전직 조사관 A씨(57)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함께 구형했다.
A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학생 등을 상대로 여러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지적장애 학생을 수차례 추행하고 차량 안에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부 추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준강간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발기부전을 이유로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발기부전 진단 여부만으로 범죄 성립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핵심은 실제 성기 삽입이 이뤄졌는지 여부와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 당시 상황 등 객관적 정황이다.
김형민 변호사는 “형법상 강간과 준강간은 ‘간음’이 이뤄졌을 때 기수가 성립한다”며 “통상 간음은 성기 삽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삽입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사안에 따라 범행이 기수가 아닌 미수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판례에서도 이 같은 판단 기준이 확인된다. 2024년 서울고등법원은 강도강간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려 했지만 발기가 되지 않아 삽입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고 범행을 기수가 아닌 미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성기 삽입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판결이 발기부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간이나 준강간이 곧바로 부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사건 당시 정황, 의료기록과 감정자료 등 다양한 간접 증거를 종합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피해자가 지적장애 등으로 인해 저항이 어려운 상태였다면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 성립 여부가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한편 A씨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0월 1일 제주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