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까지 따라 들어가 초인종 누른 남성…주거침입죄 어디까지 성립될까

  • 등록 2025.09.26 13: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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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평온 침해 여부가 판단 기준

 

길에서 처음 본 여성을 따라 원룸까지 들어가 현관문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린 30대 남성이 주거침입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공동주택의 복도나 계단 같은 공용공간도 경우에 따라 ‘주거’로 보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지혜선 부장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38)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새벽 광주 서구 한 원룸 건물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 B씨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간 뒤 B씨의 호실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여러 차례 두드린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피해 신고를 받고 잠복수사를 벌여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심한 불안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지만 피고인에게 주거침입과 간음 목적 약취 전력이 있어 재범 위험성과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률적으로 주거침입죄의 핵심은 ‘침입’의 의미다. 형법 제319조는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에서 말하는 ‘침입’을 단순히 허락 없이 들어가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주거 평온 상태를 해치는 방식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선고 2020도12630).

 

판단 기준 역시 단순히 거주자의 의사에 반했는지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거 형태와 출입 통제 여부, 출입 경위와 목적, 행위 태양 등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주거 평온이 침해됐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공동주택의 복도나 계단 등 공용공간도 경우에 따라 주거로 인정될 수 있다. 2023년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아파트 공동현관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특정 세대 현관문을 두드린 행위를 공동주거침입으로 판단했다.

 

당시 피고인은 남편의 불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주민이 문을 열어준 틈을 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집 앞에서 30여 분 동안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재판부는 “공동현관은 비밀번호로 관리되는 등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라면서도 “공용부분은 각 세대의 전용 주거에 필수적으로 부속된 공간으로 거주자의 주거 평온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주거침입을 인정했다.

 

다만 모든 공동현관 출입이 곧바로 주거침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물이 상가형 구조로 외부 출입이 자유롭거나 출입 통제가 없는 경우 단순히 공동현관을 통해 올라가 초인종을 누른 것만으로는 주거침입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도 있다.

 

결국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구조인지, 실제로 거주자의 주거 평온이 침해됐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인 것이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주거침입죄에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거주자가 누리는 주거의 평온”이라며 “공동주택 공용부분이라도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거주자의 평온을 침해하는 방식이라면 주거침입이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심야 시간대에 모르는 사람을 따라 건물 안까지 들어가 특정 세대 현관문을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행위는 주거의 평온을 침해한 침입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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