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판 뒤 감정가 올랐다고 증여세 부과…법원 판단은?

  • 등록 2025.09.29 08:18:32
크게보기

특수관계인 토지 거래 과세 기준 쟁점…
법원 “사후 감정가 그대로 적용 불가”

 

토지 매매 이후 실시된 감정평가를 근거로 증여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거래 이후 진행된 공사와 토지 상태 변화가 반영된 감정가액을 매매 당시 시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영민)는 A씨의 자녀와 며느리 등 3명이 서초세무서장과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서초세무서장이 원고 A씨에게 부과한 약 6억6900만원, 원고 B씨에게 부과한 약 1억3300만원, 강남세무서장이 원고 C씨에게 부과한 약 4억3600만원 등 총 약 12억원 규모의 증여세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사건은 가족이 지배하는 회사에 토지를 매도한 거래를 두고 세무당국이 ‘저가 양도에 따른 증여’로 판단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2020년 4월 자녀 등이 지배주주로 있는 B사에 경기 광주시 소재 임야 약 1만 8070㎡를 약 40억7317만원에 매도했다. 해당 토지는 같은 해 5월 B사 앞으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됐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감정평가가 이뤄지면서 세무당국의 판단이 달라졌다. 감정평가법인은 평가 기준일을 2020년 7월 27일로 정해 토지 단가를 ㎡당 40만원으로 산정했고, 전체 가액을 약 72억8300만원으로 평가했다.

 

세무당국은 이 감정가액을 토지 거래 당시의 시가로 보고 실제 매매가격과 감정가액의 차액을 근거로 회사가 토지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자녀 등에게 약 12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감정평가 시점과 매매 시점 사이에 약 3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기간 동안 토지의 상태와 가치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토지는 매매 이전부터 창고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회사는 이미 2019년 건축허가를 받아 토목공사와 창고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감정평가 기준일 당시에는 공사 진행률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다. 재판부는 “공사의 진행 정도에 따라 토지 가치가 변동될 수 있고 감정평가액 역시 달라질 수 있다”며 “감정가액이 매매 당시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회사가 토지 매매 이전부터 건축허가비와 설계비, 공사비 등 30억원 이상을 투자해 토지 가치 상승에 기여한 점도 중요한 사정으로 봤다. 그러나 감정평가에서는 이러한 투자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정 방식 자체도 매매 당시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매매 당시 해당 토지의 지목은 ‘임야’였지만 감정평가에서는 공장용지 표준지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평가 방식 역시 매매 당시 토지의 실제 교환가치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감정가액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 토지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감정가액을 당시 시가로 전제해 이뤄진 증여세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세법상 ‘시가’는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형성된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의미한다. 거래가격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감정가액 등 평가금액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 가액이 실제 거래 시점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다만 감정가액이 항상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증여세 사건에서 감정평가법인 두 곳이 증여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감정가액 평균을 시가로 인정해 과세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무법인 민 유정화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특수관계인 간 부동산 거래에서 사후 감정평가를 근거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범위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며 “거래 이후 개발이나 공사 진행 등으로 토지 가치가 상승한 경우 그 이후 감정가액을 곧바로 거래 당시 시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