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지급받은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이용해 후임병들을 폭행하고 협박한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내 가혹행위 사건에서 사실상 처벌을 면하게 하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병영문화 개선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여현주)는 직무수행군인 등 특수폭행, 특수협박, 위력행사가혹행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1)에 대해 징역 6개월의 형을 정하면서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기간을 문제 없이 지낼 경우 형 자체를 선고하지 않는 제도다. 결과적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상 비교적 경미한 범죄나 초범 사건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7월 사이 강원 인제군의 한 군부대에서 군사경찰병으로 근무하면서 후임병들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생활관에서 TV를 보고 있던 후임병 D씨가 선임병인 자신이 들어왔음에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로 차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위는 2024년 6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이어졌으며 선임병의 지위를 이용한 가혹행위가 세 차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폭행과 협박은 공관 경호경비 임무 수행 중에도 이어졌다. 그는 상황실에서 근무 중이던 후임병에게 테이저건을 겨누거나 총구로 옆구리와 다리를 찌르는 방식으로 위협했으며 이러한 행위는 2024년 7월 중순까지 12차례 반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후임병 E씨 역시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A씨는 테이저건을 피해자의 목 부근에 겨누며 협박했고 알루미늄 삼단봉을 이용해 팔과 옆구리를 찌르거나 때리는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상황에서는 삼단봉을 피해자의 머리 방향으로 휘두르거나 목 부위를 겨누며 위협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선임병의 지위를 이용해 후임병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가했다”며 “이는 군내 폭력행위를 근절하고 건전한 병영문화를 조성하려는 군의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관 경호 임무를 위해 지급된 테이저건 등 위험한 장비를 범행에 사용한 점 역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만 20세로 비교적 어린 나이였고 판단 능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져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과 피해자들이 상해에 이르지 않은 점도 양형 판단에 반영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더시사법률>에 “군에서 지급된 장비를 이용해 후임병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반복한 사건에서 선고유예가 내려진 것은 병영 내 가혹행위 근절 흐름에 역행하는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군 조직 특성상 선임병의 영향력이 크고 위계에 따른 폭력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사법부의 보다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