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고수익 일을 소개해 주겠다며 속여 캄보디아로 보내 범죄조직에 넘긴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오윤경)는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 국외이송,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3일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하며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공범 B씨와 함께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범죄조직과 공모해 피해자를 해외로 유인한 뒤 범죄에 이용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 명의 계좌를 범죄에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데려오는 역할과 현지에서 감시·감금하는 역할을 나누어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25년 3월 26일 서울의 한 주점에서 지인인 피해자에게 “캄보디아에서 코인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달만 대신 일하면 주당 200만원씩 총 800만원을 주겠다”며 해외 일을 제안했다.
이어 급여를 받을 계좌가 필요하다며 피해자에게 계좌번호를 요구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이를 믿고 다음 날 A씨가 제공한 항공권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프놈펜 공항에 도착한 뒤 상황은 전혀 달랐다. 피해자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조직원들의 차량을 타고 캄보디아의 한 건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를 받았다.
조직원들은 피해자 명의 계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하기도 했으며, 차량으로 이동할 때에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약 9일 동안 감금된 상태로 지내다 조직원들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이용해 탈출했고 이후 국내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A씨가 국제 범죄조직과 공모해 피해자를 속여 해외로 이동하게 한 뒤 감금 상태에 놓이게 한 점을 중대하게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캄보디아에서 일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해외로 이동하게 한 뒤 현지 범죄조직에 넘겼다”며 “그 결과 피해자는 약 9일 동안 감금되고 폭행까지 당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의 목적과 경위, 감금 기간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고인의 가담 정도도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공범들에 대해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점과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많지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된다”면서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외이송유인은 상대방을 속이거나 기망해 해외로 이동하게 한 뒤 범죄 피해를 입게 하는 경우 적용되는 범죄다. 최근 해외 범죄조직이 취업이나 고수익 일을 미끼로 사람을 유인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다.
형사재판에서 수사 협조는 양형을 정할 때 고려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과 성행,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백이나 공범 진술, 증거 제공 등 수사 협조 행위는 통상 ‘범행 후의 정황’에 해당하는 유리한 사정으로 평가된다.
다만 수사 협조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형이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52조가 규정한 자수 역시 법원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임의적 사유로,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실제 단순히 범행을 인정하거나 조사에 응하는 수준의 협조는 일반적인 양형 사유로 참작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공범의 특정이나 검거, 범행 구조 규명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에는 ‘중요한 수사 협조’로 평가돼 양형에서 더 크게 고려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공범 등에 대해 진술하며 협조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제 범죄조직과 공모해 피해자를 해외로 유인한 뒤 약 9일 동안 감금 상태에 놓이게 한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수사 협조만으로 형량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실질적인 피해 회복 여부가 양형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취업이나 고수익 일을 미끼로 사람을 유인해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국제 범죄조직과 결합될 경우 감금이나 폭행 등 추가 범죄가 함께 인정돼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취업이나 투자 제안을 받을 경우 회사의 실체와 업무 내용 등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