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증거로 재심 가능할까…법원이 보는 판단 요건

  • 등록 2025.09.29 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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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세 사기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는 징역 11년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추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근 선고기일에 재판장께서 “면제 사유가 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확한 의미를 듣지 못해 궁금합니다.

 

앞으로 추가 사건이 여러 건 더 있을 예정인데 이미 받은 형 때문에 추가 사건이 면제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A. 질문 내용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재판장이 언급한 것은 일반적으로 ‘면소’에 가까운 의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면소 판결은 범죄의 유무를 판단하기 전에 소송 자체를 종결하는 형식 재판입니다. 이미 동일한 범죄 사실에 대해 확정 판결이 있는 경우 등 일정한 소송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선고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에 따르면 동일한 범죄 사실에 대해 이미 확정 판결이 있는 경우에는 다시 처벌할 수 없으므로 면소 판결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추가 사건의 공소사실 중 일부가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범죄와 동일한 내용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면소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동일한 범죄 사실에 한정됩니다. 아직 기소되거나 판단된 적이 없는 새로운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별도로 처벌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모든 사건이 자동으로 면제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질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형의 상한과 관련된 부분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지만 피해 금액이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3년 이상 징역 등으로 가중될 수 있습니다.

 

여러 범죄가 함께 판단되는 경우에는 경합범 규정이 적용됩니다. 형법 제38조는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에 일정 범위까지 형을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형법 제39조는 이미 확정된 판결과의 형평을 고려해 추가 범죄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실제로 어떤 판단이 이루어질지는 각 사건의 공소사실 피해 금액 피해자 수 기존 확정 판결과의 관계 등을 종합해 결정됩니다.

 

Q. 저는 13세 미만 아동 강제추행 사건으로 징역 5년이 확정되었습니다. 당시 바이올린 개인 교습을 하던 중이었고 자세 교정을 위한 접촉이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수사 초기에는 변호사의 조언으로 혐의를 인정했으나 이후 억울함을 느껴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당시 피해자 속옷에서 남성 DNA가 검출되었고 이후 감정 결과 그 DNA가 피해자의 아버지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수사 기록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새로운 증거로 인정되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재심은 이미 확정된 판결을 다시 다투는 매우 예외적인 절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유는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증거가 허위로 밝혀진 경우 위증이나 허위 감정이 있었던 경우 또는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심 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증거의 신규성과 명백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신규성은 판결 당시 법원이나 피고인이 알 수 없었던 증거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명백성은 그 증거가 기존 판결의 사실 판단을 뒤집을 정도로 강한 증거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질문 사례의 경우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DNA가 피고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는 강제추행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강제추행은 성폭력 행위 자체가 쟁점이 되므로 DNA 존재 여부가 범죄 성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해당 감정 결과의 존재를 재판 당시 이미 알고 있었다면 새로운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됩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중요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누락했고 그 사실이 형사 판결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다른 재심 사유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실제로 인정되려면 관련 수사기관의 위법 행위가 별도의 형사 판결로 확정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재심 가능성은 사건 기록과 당시 증거 관계를 전체적으로 검토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존 판결의 사실 인정 자체를 뒤집을 정도의 새로운 증거가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박보영 변호사 sungheon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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