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원 상당의 간식을 먹은 사건이 형사재판으로 이어지며 항소심까지 진행되자 절도죄 성립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금액이 아닌 ‘불법영득의사’ 여부를 기준으로 절도죄 성립을 판단하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은 절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 금액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타인의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해 가져가고 이를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가 인정되면 금액과 관계없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법 제329조는 절도죄를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로 규정하면서 별도의 금액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원 역시 재물의 객관적인 금전적 가치가 절도 성립의 필수 요소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소유자나 점유자가 해당 물건에 대해 주관적 가치를 갖고 있다면 재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판결에서도 이러한 기준은 그대로 적용된다. 창원지방법원은 시가 330원 상당의 과자 1봉지를 가져간 사건에서 절도죄 성립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 금액이 극히 적더라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해 가져간 이상 범죄 구성요건은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미한 피해 금액은 양형에서 고려됐다.
반대로 소액 사건이라도 항상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불법영득의사, 즉 물건을 자기 것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당사자 간 관계와 거래 관행 등을 고려해 해당 의사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기준 속에서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이 항소심을 앞두고 논쟁의 중심에 놓였다.
전주지방검찰청은 해당 사건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앞두고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시민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공소 제기나 항소 여부 등 검사의 판단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자문 기구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건 처리 방향에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사무실에서 협력업체 직원 A씨가 냉장고에 있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등 약 1050원 상당의 간식을 먹은 일에서 시작됐다. A씨는 절도 혐의로 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항소했고 검찰은 항소심을 앞두고 시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항소심 2차 공판은 다음 달 30일 열릴 예정이다.
과거에도 소액 사건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져 왔다. 2020년 이른바 ‘5900원 족발 사건’에서는 검찰시민위원회 권고에 따라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사례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형사처벌의 범위와 사회적 상식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사례로 보고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1050원 상당의 간식을 먹은 일로 시작된 사건이 항소심까지 이어진 점 자체가 일반 국민의 상식과 비례 감각과 충돌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절도죄는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타인의 재물을 허락 없이 가져갔는지 그리고 이를 자기 것처럼 사용할 의사가 있었는지에 따라 성립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