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정시설 산재보상, ‘유령 제도’ 전락…보상금 지급 ‘0건’

  • 등록 2025.10.13 20: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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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위·위로금 전년 1392만원→‘0원’ 급락
수형자 산재보상 가능에도 신청·집행 ‘전무’

 

교정시설 내 수형자도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실제로 제도의 혜택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존재함에도 작동하지 않는 ‘유령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법무부가 발간한 2025년 법무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교정시설에서 산업재해 보상금 또는 위로금이 지급된 통계는 0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 5명(총 9,872만 원)에서 2018년 5명(1억4,546만 원)으로 증가했지만, 2023년에는 2명(1,392만4,000원)에 그쳤고 2024년에는 단 한 건의 신청이나 지급 승인도 없었다.

 

이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 있음에도 실제 보상 절차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형집행법 제74조 제1항은 “작업 또는 직업훈련으로 인한 장해 발생 시 및 사망 시 위로금 또는 조위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형자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로 마련된 조항이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는 2006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통해 교정시설 내 작업 중 발생한 재해에도 적용되도록 확대됐다.

 

이에 따라 수형자는 장애등급(1~14등급)에 따라 최소 251만 원에서 최대 6,736만 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법 개정 이전에는 단순한 위로금 수준에 그쳤으나, 개정 이후에는 일반 근로자와 유사한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게 됐다.

 

보상 절차는 교도소장이 사고 발생 후 20일 이내에 법무부에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진단서·참고인 조서 등 관련 서류를 첨부해 심사·승인을 거쳐 수형자 또는 유족에게 보상이 지급되는 구조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신청 과정이 지연되거나 서류가 누락되는 사례가 빈번하고, 의료진의 진단서 확보조차 쉽지 않아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교정시설 내에서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거나 보고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수형자는 <더시사법률>에 “작업 중 부상을 입어 병원 진료를 요청했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적용받으려면 일하다 다쳤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담당자에게 외부 진료를 요청했더니 자비로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보상 건수가 ‘0’으로 집계된 현상이 산업재해 감소 때문이 아니라, 제도의 미운용과 접근성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법무부 내부 절차가 복잡하고, 교도소장이 직접 승인 단계를 밟아야 하는 구조적 제약 탓에 실질적 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수형자 스스로는 신청 절차를 이해하거나 접근하기 어렵다”며 “교도관의 인식 개선과 제도 안내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 보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정시설 내 산업재해보상보험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수용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최소한의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우 기자 wldn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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