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사 항소율 급증에도…법원 인용률은 오히려 감소

  • 등록 2025.10.20 15: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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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단독 항소 1만7000건.... 파기율은 2774건
기계적 항소 늘었지만 법원 “합리적 1심 존중”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단독 항소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구형보다 형이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항소를 남발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실질적 다툼보다는 통계에 치중한 ‘기계적 항소’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검사 단독 항소 건수는 2023년 1만4917건에서 2024년 1만7167건으로 약 15% 증가했다.

 

검찰은 대검 예규(제447조)에 따라 선고 형종이 구형과 다르거나 형량이 구형 범위를 벗어날 경우 원칙적으로 항소를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검찰이 살인죄 사건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하면, 구형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항소 대상이 된다.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서 형량 차이가 크지 않은 사건에서도 항소가 반복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항소 여부가 사건 담당 검사의 재량에 좌우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항소 건수는 늘었지만 항소심에서 원심이 파기되는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

 

항소 인용(파기) 건수는 2023년 1만4917건 중 3292건, 2024년 1만7167건 중 3292건으로 인용 건수는 같았지만, 파기율은 오히려 22.1%에서 19.1%로 하락했다. 이는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제기된 항소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더시사법률이 리걸테크를 통해 검사 단독 항소 사건 10건을 분석한 결과, 검찰 항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 기각됐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도 대법원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23일 선고한 2015도3260 판결에서 “항소심에서는 1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면 이를 존중해야 하며, 단순히 항소심 재판부의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형량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항소심 재판부는 명백한 법령 위반이나 새로운 감경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원심을 파기하고 형을 다시 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법원별 항소율을 살펴보면 지역 간 편차도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서울중앙지법에서 처리된 검사 항소는 1007건으로 전년(658건) 대비 53% 급증했으나, 춘천지법(439건), 제주지법(135건) 등은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관할 법원에 따라 항소율이 크게 차이 나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체계적 기준 없이 관할청 재량에 따라 항소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아닌, 단순히 구형과의 차이만 이유로 항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일관성 없는 항소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리하고 항소심 부담만 키운다”고 말했다.

 

항소 인용률이 정체된 점도 이러한 비판에 힘을 싣는다. 항소 건수는 늘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비율은 줄어, ‘양형 부당’만을 이유로 한 항소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곽 변호사는 “항소심이 1심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단순히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하기보다 명확한 법리 다툼이나 사실오인을 중심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검찰 항소가 늘면서 피고인 측도 이에 대응해 항소를 제기하는 ‘쌍방 항소’ 사례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1만4048건에서 2024년 1만5780건으로 약 12% 늘었다.

박대윤 기자 bigpark@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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