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 도청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들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직원 최모(48) 씨 등 4명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국정원이 지난 2007년 한 대학교 학생조직에 침투시킨 제보자 A씨를 ‘프락치’로 활용해 ‘지하혁명조직’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 녹음이 이뤄졌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2014년 10월 A씨를 처음 접촉해 이듬해 3월 유급 정보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A씨가 속한 학생조직의 상부 조직 존재 여부와 대공 혐의점을 밝혀내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그해 7월, A씨는 “조직 소속 선배에게 가입을 권유받았으며, 곧 ‘총화’(지하조직 활동 적격성 검증 절차)를 받게 될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에 국정원 직원들은 충남 서산의 캠핑장을 사전 답사해 내부 구조를 확인하고, 소화기 형태의 녹음 장비를 제작해 대학생들의 대화를 약 5시간 동안 녹음했다.
이들은 캠핑장 주변에서 오가는 시민들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은 법원으로부터 감청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긴급 감청 후 사후 허가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씨 등 실무 직원 2명과 보고를 받은 간부 2명을 함께 기소했다. 이 사건은 제보자 A씨가 국정원에 협조한 프락치 활동 사실을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1심 재판부는 “영장 없이 민간인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최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직원 3명에게도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제보자 A씨의 진술 신빙성이 낮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국정원과의 관계가 끊긴 뒤 정보원 활동 대가로 10억 원을 요구했고, 변호사와 기자에게 폭로를 예고한 점 등을 보면 보복성 진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A씨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민간인의 대화를 감청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