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했다’는 이유로 폭행·협박… 보복범죄 5년간 2000건 넘어

  • 등록 2025.10.31 11: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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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협박 52.6%·보복폭행 19.3%…

 

 보복범죄가 해마다 증가하며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피해자가 고소나 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협박·폭행·살해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범죄는 최근 5년간 2천76건 발생했다. 2020년 298건이던 보복범죄는 2021년 434건으로 급증한 뒤 2022년 421건, 2023년 457건, 2024년 46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보복협박이 전체의 52.6%(10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보복폭행(19.3%), 보복상해(8.0%) 순이었다. 같은 기간 보복살인은 13건이었으며, 올해에만 최소 3건이 발생했다.

 

보복범죄가 늘어나면서, 법조계에서는 처벌 근거와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9 제2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진술·증언·자료 제출 등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폭행이나 협박, 상해를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국가의 사법 기능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9조는 보복 위험이 있는 피해자에 대해 신변보호 조치를 마련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보복범죄의 구성요건 중 ‘협박의 고의’에 관해 “행위자가 그러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다는 사실을 인식·용인했다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4. 5. 17. 선고 2023도10386 판결). 여기서 ‘인식·용인’은 법률적으로 미필적 고의를 의미한다. 다만 이 판결은 ‘보복의 목적’이 아니라, 보복범죄의 행위요소인 ‘협박의 고의’에 대한 판단이다.

 

반면, 하급심에서는 ‘보복의 목적’ 역시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고 보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컨대 2024년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네가 신고해서 내가 잡혀갔다”고 말하며 폭행한 사건에서 “신고로 인한 보복의 목적이 미필적으로 인식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단순한 감정적 표현이 아니라 신고에 대한 보복의 의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보복행위가 있더라도 일정한 기간성과 반복성이 부족하면 스토킹범죄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2024년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약 88분 동안 18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건에서 협박죄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보복의 목적이 있더라도 행위가 반복적·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스토킹범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반대의 사례도 있다. 2024년 수원고등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을 성범죄로 고소한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반복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에 대해, ‘특가법상 보복협박죄’와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죄’가 모두 성립한다고 보고 두 죄를 상상적 경합관계로 판단했다.

 

이처럼 판례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보복범죄가 단순한 개인 간 감정 다툼을 넘어, 수사기관의 공정성과 피해자 보호 체계를 동시에 위협하는 복합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 보복범죄의 경향과 대응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황희 의원은 “보복범죄는 개인 간 갈등을 넘어 형사사법체계를 무력화하는 행위”라며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도 피해자 보호명령, 접근금지 제도, 신변보호 강화 등 사후관리 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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